[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추억을 판매합니다'
유통 업계가 복고 열풍에 적극 동참하면서 '추억 장사'에 나섰다. 케이블TV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의 영향이다. 드라마 배경 시대인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이 지금은 주 소비층인 30대 후반, 40대가 됐다. 때문에 이들의 추억을 이용해 지갑을 열려는 업계가 빨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기간 내 매출 향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G마켓이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응답하라 1994 프로모션'은 하루 평균 약 5만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종료됐다.
드라마 관련 상품과 복고 상품을 1994원에 판매하는 메인 이벤트의 경우 시간당 약 4000여 명이 응모에 참여했다. 매직아이를 통한 마일리지 제공 이벤트도 하루 평균 2만5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포털 사이트 G마켓 관련 검색어에 'G마켓 매직아이', 'G마켓 매직아이 정답' 등이 올라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G마켓 관계자는 "응사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관련 프로모션에도 고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인 바 있다"며 "드라마 이슈와 맞물린데다 관련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의류 브랜드들도 '응사' 효과로 이마트몰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이마트(139480)몰은 90년대 대중 브랜드로 친숙했던 브랜드들을 모아 ‘응답하라 이마트, 추억의 브랜드 모음전’을 31일까지 열고, 20년 전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첫 일주일간 매출이 일반 의류 기획전의 2.3배(2500만원 가량)를 웃돌았다.
참여 브랜드는 뱅뱅, 비키, SI, 베스띠벨리, 체이스컬트 등 모두 10개로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었다. 가격은 1~5만원대다.
이 기획전이 행사 첫 주부터 판매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드라마의 인기 때문인 것으로 이마트는 분석하고 있다. 90년대 브랜드가 촌스럽다는 기존의 인식이 '응사' 힛트 이후 친숙한 이미지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드라마 방영 시점인 10월 하순 이마트몰에 입점한 뱅뱅의 경우 11월부터 현재까지 전월 대비 매출이 2~3배 가량 늘어나는 등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캐주얼 힙합 브랜드로 새롭게 부활한 '보이런던(BOY LONDON)'도 응사가 인터넷을 휩쓴 12월 중순 이마트몰에 처음 입점했으며, 보이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착용하고, '응사'에서 주연배우들이 입기 시작하면서 10대와 20대에게 입소문을 타 10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갤러리아명품관도 31일까지 명품 브랜드들의 복고풍 아이템을 대거 제안하는 '갤러리아 모던 1950'을 진행한다.
1950년대 유행하던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상품들을 제안하는 것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복고 열풍을 반영했다.
대표적인 브랜드와 상품으로 여성 하이엔드 편집숍인 'G. STREET 494'에서 실크 소재 미니 드레스, 양가죽 소재의 롱 글러브, 낸시 곤잘레스의 악어 가죽 클러치, 생로랑의 플랫폼 샌들, 크리스찬 루부탱의 토 부티 등이 있다.
홈플러스는 설을 앞두고 '복고' 콘셉트의 선물세트를 마련했다.
프리미엄 오색 소면세트를 비롯해 전통과 정성으로 빚은 오곡 고추장, 오덕 된장세트, 전덕진 참기름 세트, 신안 명품 소금세트, 계란 꾸러미 등을 판매한다.
또 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당' 떡 선물세트도 선보인다. 궁중떡, 영양찰떡, 두텁떡 등 전통방식으로 만든 떡 모듬세트를 5만원, 10만원의 가격대로 만나볼 수 있다.
임병남 홈플러스 트래이딩 기획팀장은 "명절 선물세트의 비중은 축산이나 과일세트가 단연 높지만, 복고 트렌드에 맞춰 70~80년 대에 주고 받던 정겨운 전통 장류 세트와 소면, 전통 떡 세트 등을 준비하게 됐다"며 "올 설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전통의 복고 세트를 선물해 볼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백화점(069960)은 천호점에서 응답하라 7080 체험전을 진행한 바 있다. 마징가제트·검정고무신·베르사유의장미 등 80~90년대 인기 만화를 상영하는 극장, 너구리·갤로그 등 오락실 인기 게임, 추억의 가요를 들을 수 있는 다방 등의 콘텐츠로 구성됐고, 고객 통로를 80년대 거리로 조성해 고객들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과거 교복을 입고 온 가족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포토존을 마련했고, 하늘정원에서도 초등학교 앞에서 즐기던 종이뽑기 게임, 달고나 뽑기 등 추억 이벤트를 함께 진행한다.
마리오아울렛 역시 신년을 맞아 3일부터 5일까지 남성복 및 여성복, 아웃도어, 잡화 등약 100여개 품목을 20년 전 수준의 가격으로 선보인 바 있다. 복고 신드롬에 맞춰 1994년의 상품 가격대로 선보이며, 이는 지난 20년간 평균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산정했다.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한 '응답하라 7080 체험전'. (사진제공=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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