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디젤 대 가솔린.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을 디젤이 잠식한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화두는 디젤의 강력함과 연비냐, 아니면 가솔린의 정숙함과 안락함이냐로 모아진다.
이는 곧 일본 대 독일의 대결로 압축된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을 무기로 수입차 시장 정복을 향해 전진하면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가솔린으로 방어전선을 꾸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차의 선두주자인 토요타는 지난달 험로 주행이 가능한 가솔린 SUV 'FJ크루저'를 100대 한정으로 시장에 내놨다. FJ크루저는 디젤 대세론을 비웃듯 출시 한 달도 안 돼 60대가 계약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토요타의 가솔린 SUV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출시된 RAV4와 벤자, 시에나 등도 모두 가솔린 SUV다.
한국닛산도 지난 7일 가솔린 SUV '패스파인더'를 내놨다. SUV임에도 향후 디젤 라인업이 추가되진 않을 전망이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10월 쥬크를 비롯해 무라노, 로그 등 이미 출시한 가솔린 SUV에 패스파인더를 추가함으로써 가솔린 SUV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솔린 SUV의 대명사 CR-V도 혼다에서 만든 자동차로 역시 일본차다.
이처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가솔린 SUV를 전면에 내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SUV는 디젤'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가솔린에 대한 축적된 기술력과 자신감의 표현이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반면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차 브랜드의 SUV는 대부분이 디젤이다.
지난해 수입차 베스트셀링 2위에 오른 폭스바겐 티구안을 비롯해 ▲폭스바겐 투아렉 ▲BMW X1·X4(출시예정)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M클래스·GLK ▲아우디
Q3·Q5·Q7·SQ5 등 수입차들이 주력으로 내세운 SUV 모두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연비와 토크가 높아 효율과 힘이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디젤 모델이 상대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심하지만 SUV의 특성상 세단보다는 소음과 진동에 관대하게 받아들여져 디젤 SUV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입차 전체 판매에서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62.1%로, 전년(50.9%) 대비 11.2%포인트 상승하며 인기를 반영했다. 상대적으로 가솔린 모델은 44.2%에서 34.2%로 10%포인트 감소하며 디젤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반전은 가능할까. 일본 완성차 회사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가솔린은 같은 제원인 디젤에 비해 가격에서 상대적으로 싸다. 가솔린 엔진에는 없는 터빈과 고압 인젝터 등의 비싼 부품이 디젤 엔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솔린의 최대 장점으로 정숙성과 승차감이 꼽힌다. 디젤의 단점인 소음과 진동이 곧 가솔린의 장점이 되는 대칭 구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SUV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험로나 오프로드에서의 주행보다는 도심에서의 주행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며 "도심에서 주행할 때는 힘보다는 정숙성과 승차감이 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성 운전자들의 경우 속도나 힘보다는 진동이나 소음에 더 민감해 남성 운전자들에 비해 가솔린 SUV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젤 대비 낮은 연비와 높은 가격이라는 가솔린의 특성상 단거리 주행을 위주로 해 연간 주행거리가 짧다면 굳이 비싼 디젤 모델을 살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토요타 가솔린 SUV 모델 FJ크루저와 RAV4, 시에나.(위부터, 사진=토요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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