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패스트트랙을 거부한 코넥스 상장사
2014-01-23 11:33:31 2014-01-23 11:37:24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소치 동계올림픽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선수들이 금메달을 향해 막판 훈련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수들은 물론 국민들도 유난히 금메달에 목숨을 건다. 금메달만 아니라, 은메달과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노고와 성과를 축하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대부분 나라들과 다른 문화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받고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안스럽고, 안타깝다. 심지어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귀국할 때 슬그머니 다른 문으로 나와야한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이런 풍경은 비단 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등만 인정받는 한국 사회의 그릇된 문화는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일반화돼 있다. 2등, 3등은 기억해주지 않는 문화 때문에 모두가 1등을 향해 각박한 경쟁을 해야한다.
 
코넥스시장이 지난 7월 개설된 뒤 누가 코스닥시장으로 제일 먼저 이전하는가에도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넥스시장은 코스닥시장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초기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조달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장이다. 거래소는 코넥스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한 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이전을 지원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1년이 경과한 기업에게는 코스닥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패스트트랙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코넥스시장에서 1년 이상 투자자들에게 검증받았기 때문에 코스닥시장 상장시 심사를 완화해줘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패스트트랙을 거치면 기존 보다 한달가량 상장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3월에는 12월 결산법인들의 지난해 실적이 집계된다. 이때쯤이면 기업별로 코스닥시장 이전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그리고 요건이 되는 기업들은 이전상장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결산실적이 채 나오지 않은 시점에 코넥스 상장사인 아진엑스텍과 메디아나는 올해 상반기 중 코스닥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3월 결산실적이 나오고 일반 코스닥시장 상장심사를 거치면 빨라야 6~7월쯤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7월이면 패스트트랙이라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이 기업들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주어진 혜택을 거부하고 까다로운 상장심사를 받겠다고 나선 것은 무조건 1등이 되고 보겠다는 강박 아닐까.
 
코넥스시장에서 성공한 1등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에 급급한 이들에게, 패스트트랙이라는 정부의 인센티브는 아무런 매력이 없었던 거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개그 유행어를 떠올리게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일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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