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잡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방통심의위가 박근혜 대통령 비하 사진을 리트윗한 임순혜 보도교양방송특위 위원을 해촉해 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중징계 조치로 또다시 '정치심의'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방통심의위가 계속 잡음을 내는 이유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야 추천 심의위원 수가 6대 3으로 이뤄진 데다 심의 규정 자체도 모호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방통심의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임순혜 특별 위원의 해촉을 확정했다. 임 위원이 18일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는 시위 피켓 사진이 담긴 트위터 글을 리트윗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사진=트위터 캡쳐)
임 위원은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박만 방통심의위원장은 21일 직권으로 해촉 동의안을 상정했다.
해촉 결정 이후 방통심의위는 "국가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해 다수 여론의 비난을 받아 결과적으로 위원회의 품격을 심각하게 저해 했다"며 "또 2개 대학의 석사논문 표절 의혹으로 현재 해당 대학들의 본조사가 진행되는 등 도덕성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특별위원으로서 보도·교양 방송심의에 대한 자문 등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 특별위원은 소명서에서 "사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리트윗 한 것"이라며 "논문 표절에 관해서는 해당 대학에서 정식으로 어떠한 문건도 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24일 야당추천 위원인 김택곤·박경신·장낙은 위원은 성명을 통해 "여권추천 위원들이 다수의 힘으로 해촉을 강행했다"며 "특별위원의 사적인 언행을 이유로 해촉하려는 것은 방통심의위가 만든 규정을 자가당착적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법적 근거도 없고 요건 사실도 없이 해촉을 결정한 방통심의위는 독립성과 전문성에 기초한 권위를 포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위원은 "심의 직무 관련해 불공정한 심의를 했다거나 불공정한 행동을 했다면 처벌을 달게 받겠으나 단순 리트윗한 글과 해당 없는 논문 표절 의혹 건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해촉 처분 무효 확인소송과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맞섰다.
한편, 방통심의위가 결정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법정제재 의결도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지난해 11월 25일 방송된 박창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원로신부의 인터뷰다. 박 신부는 앞서 시국미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독도 문제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진행자가 이런 발언에 적극 반박하지 않아 청취자들에게 박 원로신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줬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만 위원장 역시 "진행자가 박 신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확인하고 간접적으로 지지했다"며 "결과적으로 박 신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추천 위원 6명 중 1명은 법정 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5명은 '주의' 의견을 냈다. 야권 추천 위원 3명은 모두 '문제없음' 의견을 냈지만 다수결에 따라 '주의'가 결정됐다.
방통심의위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비교적 무거운 징계를 내리면서도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막말 방송에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JTBC '뉴스9'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심판 관련 보도에서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만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내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울시 공무원의 간첩혐의 무죄판결 사건을 다룬 KBS '추적60분'에 대해 국정원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공정성을 위반했고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방송심의규정 11조를 어겼다며 '경고'를 의결했다.
반면, 서울시장과 성남시장을 '종북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발언을 내보낸 TV조선 '뉴스쇼 판'에 대해서는 '의견제시'에 그쳤으며, 박창신 원로신부를 '거짓말쟁이'로 묘사한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는 공정성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언론연대, 민언련 등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심의위의 이중잣대 횡포가 폭거에 이르고 있다"며 "이중잣대 심의가 계속될 경우 방통심의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보도를 차단하겠다는 발상으로 공정성·객관성을 상실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규정했으며, 신경민 최고위원도 "이런 비정상기관은 개혁의 대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치졸한 언론탄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발의한 방통심의위 위원 구성을 개선하는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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