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기름이 유출돼 여수해경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사고는 유조선이 부두에 접안을 하던 중 육상에 설치된 송유관을 부딪치면서 원유가 바다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News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태안의 악몽이 엄습한 가운데, 여수 해경과 GS칼텍스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일 여수해경에 따르면, 설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전 싱가포르 국적 27만톤급 원유운반선 우이산호가 여수 낙포동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송유관과 부딪쳐 원유와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 16만4000ℓ를 바다에 유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경이 이날 발표한 원유 유출량은 200ℓ들이 820드럼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고 초기 추정된 800ℓ의 무려 205배에 달한다.
앞서 GS칼텍스는 사고 당일 오전 여수시에 기름 유출량이 드럼통 4개 분량인 800ℓ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경 조사 결과, 원유 유출량이 당초 추정양보다 200배가 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기름 유출량이 축소 신고돼 해경의 초기 방제 대응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실제 여수시와 해경은 초기 원유 유출 추정치를 바탕으로 방제 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유출된 기름은 조류를 타고 사고 현장에서 4~5㎞ 떨어진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 앞 해변까지 흘러 들었다. 특히 사고 해역 반경 10㎞ 안에는 총 12㎢ 규모의 김과 미역 등 양식장 51곳이 분포돼 있어 어민들은 조업 중단 상황에 놓였다.
해경은 경비정 60척 등 선박 200여척을 매일 동원해 총력 방제를 펼치며 두꺼운 유층은 대부분 제거해 냈다. 이날 중 해상 방제 완료를 목표로 현재 국지적인 엷은 기름띠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국은 사고 직후 방제작업을 통해 15만5000ℓ 가량의 기름을 회수했지만 남은 기름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거나 해안가로 번져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GS칼텍스 측이 늑장 신고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이산호가 여수 낙포동 GS칼텍스 원유부두와 충돌,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되기 시작한 시각은 지난달 31일 오전 9시35분. 반면 GS칼텍스 측은 1시간여가 지나도록 지자체와 해경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오전 10시5분쯤 여수항만청 연안해상교통관제소가 사고를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다. 해경은 오전 11시가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 사고 발생 1시간30분여가 지나서야 사고 수습에 나설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각 인근 마을은 이미 유출 기름이 덮친 상황이었다.
GS칼텍스는 원유 유출량 축소와 늑장신고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송유관 파손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수동으로 배관을 잠그는 등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경황이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출량 축소에 대해서는 "배관에 남은 원유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원유 운반선의 과실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원유 유출량을 축소하거나 늑장 대처를 할 이유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김상배 여수해경 서장은 3일 '우이산호 충돌 오염사건' 중간 수사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우이산호는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도선사 2명이 탑승해 원유부두로 접안을 시도하던 중 안전속도를 넘어 약 7노트의 속도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서장은 이어 "이번 충돌로 원유부두 시설인 원유 이송관 등 3개의 송유관이 파손돼 원유,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 약 164㎘가량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더 정확한 유출량은 강도 높은 수사와 검정회사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3일 내 해상 방제작업을 마무리 하고, 1~2주 정도 해안지역 방제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정확한 유출량 확인과 책임자 과실여부는 사고 선박에 탑승해 접안을 안내하던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도선사 2명과 사고선박 관계자, GS칼텍스 직원 등을 조사해 가려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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