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KT ENS의 대출사기 피해가 금융권으로 확산될지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자칫 세부적인 대출확인 소홀로 금융권이 대출사기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경우 건전성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은행에 대한 신뢰에 치명타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뉴스토마토>의 KT ENS 직원 거액대출사기 보도를 보고 각 금융권은 대출규모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A은행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 KT ENS 관련 대출을 확인하고 있는데 대출이 형태가 외상매출채권 담보로 하는 것도 있고 외환거래 등 다른 것들도 있어 정확한 피해금액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B캐피탈 관계자도 “오전에 이야기를 듣고 확인을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아직 정확한 피해금액은 파악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출사기의 피해에 대한 책임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1차적으로 KT 자회사인 KT ENS의 내부 자금관리 책임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대출사기를 일으킨 김모 부장은 자금담당 부장도 아니었으며 인감 및 서류 위변조를 통해 금융권 대출을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따라서 내부직원 통제 소홀로 인한 부실 자금관리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KT ENS가 대출사기 피해금액인 2000억원을 금융권에 보상해줄 만큼 형편이 넉넉한 회사가 아니다.
이 때문에 대출을 승인해준 금융권도 세부적인 서류 확인 소홀에 대해서 일정부분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 서류확인 및 심사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반적인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서류 등을 확인하는 반면, 대기업 자회사의 경우 간판만을 믿고 상대적으로 쉽게 대출해주는 관례가 있다는 것.
특히, 이번 사건이 밝혀지게 된 계기도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에 대한 서류 등 미비점을 보완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은행권의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서류절차 등 확인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하지만 대기업 자회사 등은 모회사를 믿고 상대적으로 대출절차가 간단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사건의 피해를 입은 은행들은 KT 등과 협약을 통해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KT에서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안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C은행 관계자는 “피해금액이 전부 부실로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에 대해서는 KT 등과 협약을 맺은 것이 있어서 보상 문제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경우 협약 등을 믿고 대출이 나갔지만 제2금융권의 경우 이같은 협약이 없는 곳도 있어 피해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의 경우 KT 등과 약정없이 대출을 받은 곳도 있어 고민이 큰 상황”이라며 “일부 저축은이나 캐피탈은 KT를 대상으로 소송을 통해서라도 보상을 받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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