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네 삼성그룹 창업주지요. 고 이병철 전 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두고 벌어진 형제간의 법정다툼에서 이건희 회장이 연달아 완승했습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이번 항소심에서 1심 청구금액 4조원을 대폭 감액해 청구했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생명 주식 425만9천주와 삼성전자 주식 33만7천주, 이익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을 인도하라고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 회장의 손을 들어 준 판단 근거가 뭡니까?
기자: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선대회장이 이 회장을 삼성그룹 후계자로 일찌감치 결정했고 나눠먹기식으로 재산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주력기업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이 회장에게 단독 상속했다는 겁니다.
또 이맹희 전 회장을 비롯한 다른 형제들도 선대회장의 뜻을 받아들였고 소송을 제기하기 전 까지 묵인했다는 점도 이 회장이 승소한 이유입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셈입니다.
청구대상 중에 상속재산으로 인정된 부분은 삼성생명 12만6000여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속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10년이라는 기간을 지나서 소송을 냈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거의 유사한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것이군요. 그렇다면 이번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1심 재판과 다른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기자: 우선 청구금액이 대폭 감액됐습니다. 경영권을 노린다는 지적을 의식한 일종의 전략인데요. 이 전 회장은 1심에서 총 4조849억원을 청구했습니다. 당시 인지액만 127억원을 기록해 역대 민사소송 인지액 중에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2천억원대의 삼성에버랜드 주식과 5천억원대의 삼성전자 무상주에 대한 청구를 취하하는 등 청구금액 9400억원원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상속재산을 나눠달라고 청구한 원고들도 이 전 회장을 빼고 모두 항소하지 않은 점도 다른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특징적인 것은 이번 소송에서 이 전 회장측이 조정을 위한 화해를 이 회장 측에게 요청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회장이 뿌리치면서 결국 선고를 받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법원 판결에 대해 이건희 회장측은 어떤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이건희 회장의 대리인은 판결 선고가 있은 직후 취재진을 만나 "합당한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판결로써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상속재산의 정통성이 더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도 오늘 판결에서 이 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그러면 총평을 한다면 양측의 득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기자: 우선 이 회장은 명예를 회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회장은 이 전 회장이 화해를 요구했을 때에도 경영의 정통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법원도 선대 회장이 이 회장에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단독으로 승계했고, 여러 형제들의 묵인에 의한 합의로 이 회장이 경영해왔다고 인정했습니다.
반면 이맹희 전 회장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구금액을 대폭 감액하고 장문의 편지까지써서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무엇보다 장자로서 평지풍파가 난 가족관계를 정상화 하기 위해 잘못된 상속관계를 바로잡겠다는 명분도 잃게 된 셈입니다.
앵커: 법원은 형제에게 마지막까지 화해를 권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결국은 판결까지 이르게 된 셈이군요. 그렇다면 이 사건이 여기서 끝이 날까요, 아니면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될까요. 양측은 어떤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법원은 1심부터 이번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에게 끊임없이 화해할 것을 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론종결일에도 선고날 당일이라도 양측이 조정에 합의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위로 돌아갔지요.
오늘 항소심 선고가 난 직후 이맹희 전 회장측 대리인은 대법원의 판단과 어긋난 판결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상고항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사건이 대법원에까지 올라갈 여지가 큰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맹희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조정의 의사를 적극 피력한 만큼, 이건희 회장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삼성가 형제다툼의 극적 타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 네, 이번 사건이 대법원 판결로 막을 내릴 지 극적 화해로 끝날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요.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