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장관이 정무직인 이유
2014-02-09 11:00:00 2014-02-11 16:45:1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무적 판단을 잘못했다", "정무적 감각이 부족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 논란을 두고 평론가들이나 정치권에서 하는 말들이다.
 
윤 전 장관은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 이고, 어민은 2차 피해자"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됐고, 현오석 부총리는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도 신중해야 한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기업인이나 일반시민이라면 그런 말은 할수 있으리라.
 
기업인이라면 기업인 입장에서 선박이 원유이송 송유관을 파손시켰고 이 때문에 기름이 유출돼 어민들의 오염피해가 발생했으니 1차피해자를 GS칼텍스로 볼 수도 있다.
 
현 부총리의 발언 역시 은행원을가족으로 둔 시민이라면 속상한 마음에 금융소비자의 신중함을 강조한 의미로 마음 넓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의 직책을 망각한 듯한 하지 말았어야할말을 내뱉은 것이다.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특별한 지위에 있다. 장관이다.
 
장관(長官)은 정부부처의 우두머리이자 정무직(政務職) 공무원이다.
 
정무직은 공무원 중에서도 선거에 의해서 취임하거나 임명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최고위직 공무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고시에 합격하고, 시험을 잘 봐서 될 수 있는 5급 사무관이나 7급, 9급 공무원이 아닌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가공무원법은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거나 이러한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으로서 법률이나 대통령령에서 정무직으로 지정하는 공무원"이라고 정무직 공무원을 정의하고 있다.
 
고도의 정책결정을 해야하는 자리, 때문에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이번의 경우처럼 임명권자의 판단에 따라 시시때때로 자리에서 물러날수도 있다.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정무의 특별함은 정치와의 연관에 있다.
 
국어사전은 정무(政務)를 국가 행정부의 행정사무임과 동시에 정치에 관계되는 사무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공무원은 정치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정당정치와는 다른 의미다. 바로 국민을 향한 정치를 말한다.
 
그렇다면 원유유출사고를 '정무적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 보자.
 
충돌사고 자체의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이지만 원유유출의 1차 피해자는 바다에 생계를 걸고 있는 어민들이다.
 
이번 사고는 원유운반선박이 GS칼택스 송유관을 들이 받은 교통사고가 아니라 송유관이 깨지면서 기름이 유출된 해양오염사고다. 당연히 1차 피해자는 어민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계터전에 후순위로 들어와서 고위험 장치인 송유관을 설치해 놓고 있는 GS칼텍스는 오히려 송유관 관리부실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카드사의 정보유출 역시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피해자다.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종 정보제공 정보동의를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인데, 소비자에게 정보동의의 책임을 묻는 현 부총리의 발언은 해서는 안될, 장관으로서의 판단이 결여된 발언이다.
 
국민을 향해 일을 해야 하는 공무원, 특히 정무직 공무원이 국민의 공분을 산 발언을 했으니 목이 달아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논란이 된 장관들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야당의 임명동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다.
 
국회 인사청문과정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면서 아울러 국민의 입장에서 한가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더 생겼다.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서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정치인들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도의 정책결정을 해야하는 정무직 공무원에 정치인들이 내려 앉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말이 문제가 됐지만 말만 잘하는 사람이 앉을 자리는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요즘은 '인사가 망사'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