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의 새 선장으로 서충일 고문(사진)이 선임됐다. 서 고문은 지난해 10월 고문직으로 물러난 뒤 3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반면 강덕수 회장은 2001년 STX그룹 설립 이래 13년 만에 그룹 경영에서 퇴진하게 됐다.
STX는 11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고, 서 고문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서 고문은 12일 STX의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향후 채권단과 함께 STX의 경영정상화에 주력한다.
서 신임 대표는 1955년 부산 출생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범양상선(옛 STX팬오션)에 입사했다. 2004년 STX가 범양상선을 인수한 이후 STX대외협력본부장, 지주부문 부사장, 구조조정단 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채권단 요구에 따라 고문직으로 재직 중이다.
STX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는 다른 계열사와 달리 여러 가지 사유로 경영정상화가 늦어졌다”며 “지주회사의 빠른 경영 안착을 위해 회사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이 와서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한편 강 회장은 STX대표이사를 마지막으로 그룹 경영일선에서 모두 퇴진하게 됐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도 막을 내리게 됐다.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 사원으로 입사한 뒤 쌍용중공업을 인수하고 사재를 투자해 2001년 STX그룹을 세웠다. 이어 범양상선(현 팬오션)과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력 산업인 해운업과 조선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그룹 전체로 위기가 확산됐다.
이에 강 회장은 STX팬오션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제는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과 STX장학재단 이사장 두 개의 직함만이 남게 됐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강 회장이 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채권단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고, 계열사 부채 상환을 위해 서초동 소재 시가 100억원대의 아파트까지 매물로 내놨다.
이날 서 고문이 STX의 신임 대표에 선임됨에 따라 강 회장은 앞으로 STX장학재단 등이 있는 서울 강남 도곡동 STX사옥으로 출근해 업무를 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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