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김승연 회장이 파기환송심 끝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한화그룹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사회적 지탄과 김 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감안하면 당장의 경영복귀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합의5부(재판장 김기정)는 11일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2·사진)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환영입장을 표명한 뒤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회장의 장기 부재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던 한화그룹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이라크 재건사업과 태양광 사업 등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쏟았던 핵심사업들이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동시에 중장기 투자 등 전략적 의사결정도 진행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그간 한화그룹은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며, 김 회장 공백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성장'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현상유지를 사실상의 목표로 내걸었고, 투자 등 경영계획 역시 시나리오 경영을 통해 환경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몰두했다.
앞서 한화는 김 회장의 과감한 결정과 공격적 행보에 힘입어 2012년 5월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의 일환인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 수주를 따냈다. 규모만 80억달러, 우리 돈으로 8조9500억원에 이른다. 이후 담수화 처리시설, LNG 플랜트 등 100억달러(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수주에 나섰으나, 김 회장 구속으로 더 이상의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김연배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이 이라크를 방문하며 막힌 물꼬를 터기 위해 힘을 기울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진 못했다. 김 회장의 구속과 함께 대외신인도도 급락했다.
한화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태양광 사업 역시 김 회장 부재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경영기획실장이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무게감의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장기간 업황 부진마저 겹치면서 한치 앞을 모를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김 회장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이나 이라크 재건사업이 몇 년 째 겉돌고 있었다”면서 “김 회장의 경영 복귀가 이뤄지면 대규모 투자 결정 등이 속도를 내고, 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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