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리서치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올해 목표로 다이어트 및 몸매관리가 5위에 랭크됐다. 그렇다. 살은 '공공의 적'이다.
연초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만큼은 꼭 살을 빼고자 수백번 다짐을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헬스장은 커녕 바쁜 일과와 스트레스에 균형 잡힌 식단을 짜는 것조차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그러나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면 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특히 옆에서 누군가 도와준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눔 다이어트 코치’다.
눔 다이어트 코치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프로필을 적으면 식단 및 운동량 목표치를 제시해준다. 이를 달성하면 자연스레 체중이 빠지는 식이다. 일종의 자기관리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모바일 어플이 살이 빼주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 전세계 이용자수 19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눈부신 사업성과가 눈에 띈다.
여기서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혜민 눔 한국지사 대표일 것이다. 한국시장의 매출과 이용률 비중이 전세계 1위이기 때문이다. 눔은 한국인 벤처사업가 정세주씨와 구글 출신 개발자 아텀 페타코브가 함께 만든 모바일회사로서 눔 다이어트 코치 등 여러 종의 건강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이며, 한국시장에는 2012년 말 처음 진출한 바 있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이혜민 대표는 속칭 '잘 나가는' 외국계 벤처기업 지사장답지 않게 작고 연악한 소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외유내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어떤 계기로 벤처업계에 뛰어들었으며, 눔 다이어트 코치는 무슨 제품일까.
◇눔, '천하의 구글'이 추파 던진 다이어트 기술회사
-회사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술회사 눔의 이혜민입니다. 사람들이 사명의 뜻을 많이 물어보는데요.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 원래 ‘워크스마트랩’이라는 이름이었는데요. 개발사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친숙한 이름을 찾아봤죠. 그래서 밥을 먹을 때 나오는 소리인 ‘눔’을 차용했습니다.
- 눔코리아는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다루고 있나요?
▲‘눔 다이어트 코치’와 ‘눔 워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눔 다이어트 코치의 경우 핵심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식사량과 운동량을 관리해주는 어플이라고 보면 됩니다. 재작년 10월 처음 출시했을 때는 번역수준이었는데요. 현지화 작업을 끝내자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눔 워크는 만보기 기능을 갖췄는데요. 안드로이드 버전의 경우 하루 종일 켜도 베터리 소모량이 2%도 되지 않을 정도로 최적화가 잘 됐습니다.
-본사와 한국지사는 어떻게 업무부담을 나눴어요?
▲개발에 대한 부분은 모두 본사가 맡고 있습니다. 대신 나머지 영역은 대부분 한국지사가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기술회사라면 독점적 경쟁력, 혹은 기술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눔만의 독점적 경쟁력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미래형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2012년 11월 출시된 스마트폰 넥서스5의 경우, 구글이 직접 우리 회사에 연락을 시도해 앱 개발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넥서스5의 헬스케어 기능을 제작하는 시범용 앱 개발사가 됐는데요. 이때 선보인 만보기 기능은 24시간 사용 시에도 배터리 소모가 1% 미만에 그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과시했죠.
◇ 눔 다이어트 코치 (사진제공=눔코리아)
◇손만 대면 성공하는 여성 벤처사업가
-천하의 구글로부터 개발요청을 받다니 정말 대단한데요. 이번에는 대표님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외국계 기업 지사장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첫 커리어가 어떻게 되나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학을 마치고 경영대학원에 진학을 했어요. 이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부보다는 일을 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받아서 STX에서 전략업무를 맡았는데요. 여기서 약 5년 정도 경험을 쌓았습니다.
- 5년이면 적지 않은 기간인데요. 직장생활을 하고 창업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IT업계에 계신 것도 아니었고요. 원래 사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뚜렷한 계획은 없었어요. 다만 주변 사람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평소 막연하게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알게 모르게 이 점이 작용한 듯 싶어요.
- 남자친구가 유명 벤처인이라 들었습니다.
▲하하. 이거 나가면 곤란한데.. 예. 맞아요. 그 분에게 영향을 받은 것도 분명 있고요. 서로 의지도 하고, 고민도 많이 나누죠. 바로 얼마 전에도 눔코리아의 판매경로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 이혜민 눔코리아 대표 (사진=뉴스토마토DB)
-두 차례의 창업경험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요. 당시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첫 창업이 화장품 구독모델을 차용한 글로시박스라는 회사였죠. 화장품 공급업체들로부터 협찬을 받아 정기적으로 싼 값에 샘플을 보내주는 모델인데요. 로켓인터넷이라는 독일 유명 벤처업체가 100% 출자를 했어요.
우연히 지인추천으로 들어가게 됐고, 대외업무를 주로 맡았습니다.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델이라 성공 가능성을 믿었는데요. 전반적으로 혹독하게 운영을 했고, 여기서 ‘짠순이 경영’을 배웠어요. 다행히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등 사업은 잘 됐습니다.
두 번째로 글로시박스 일부 멤버와 함께 ‘베베앤코’라는 유아용품 전문 쇼핑몰을 만들었어요. 여기서는 대표이사를 맡았는데요. 이 또한 의미있는 성과를 냈고요. 현재 경영에는 손을 떼긴 했지만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 어떻게 보면 ‘벤처초짜’이신데 연달아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훌륭한 사람들과 일했다는 점이 주효했어요. 흔히 좋은 팀을 ‘A팀’이라고 하잖아요. 돈이나 시장 분위기보다는 역시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 대신 직장에 다녔을 때와 비교해 연봉이 많이 깎였겠어요.
▲그렇죠. 팀원들이 모여 찌개 하나에 밥 여러 개 시켜서 먹을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했는데요. 하지만 사업이 잘 되면서 인센티브를 받았고요. 지금 돌이켜봤을 때 썩 나쁘진 않았습니다.
- 눔코리아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나요?
▲권일환 퀄컴벤처스 총괄님의 추천 덕분이에요. 퀄컴벤처스는 눔의 투자사 중 하나인데요. 권 총괄님 부인께서 화장품 회사에 계시는데 글로시박스에서 근무했을 때 알게 됐죠.
◇ 눔 본사 (사진제공=눔코리아)
◇"한국에서만 누적사용자 320만명"
-눔코리아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눔은 영국, 독일, 일본, 미국, 한국 등에 진출한 상태인데요. 이중 한국시장은 첫 해외사업 사례였어요. 본사에 계신 정세주 대표님이 관심을 많이 가졌죠. 이곳에서는 약 3개월 정도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다행히 1년 목표치를 바로 달성하는 등 결과가 굉장히 좋게 나와 바로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사업현황은 어떤가요?
▲일단 전세계적으로는 1900만명 사용자가 존재하고요. 총 체중감량치는 3100만kg 정도입니다. 한국만 봤을 때 구글플레이 지난해 건강 카테고리 부문에서 베스트앱에 선정됐고, 누적사용자는 320만명, 일평균 가입자수는 2000~2500명입니다. 재미있게도 한국이 트래픽과 매출 모두 전세계 최대치라는 점이에요. 페이스북 팬도 그 어느 나라보다 많고요. 특히 중요한 것은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대단하네요. 이처럼 수익이 나는 것은 어플 유료이용자가 많기 때문일 텐데요. 얼마나 되나요?
▲구체적인 수치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다만 전체 이용자수 대비 전환율로 보면 4.5% 정도 돼요. 게임을 제외하고는 2% 넘는 유료콘텐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좋은 성과인 셈이죠.
◇ 눔 다이어트 코치 설명포스터 (사진제공=눔코리아)
-눔코리아 인원모집은 어렵지 않았나요?
▲정세주 대표님의 도움이 컸어요. 그 분의 창업스토리를 보고 지원한 분들이 있어요. 나머지는 지인추천으로 왔어요.
◇"잘 나가는 이유? 살 빠지는 느낌아니까!"
-조금 도발적인 질문인데요. 무료 건강어플도 많은데 반드시 눔코리아 제품을 돈 주고 써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유료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사용하면 살이 빠지거든요. 예컨대 얼마 전 ‘42일 다이어트 시즌’이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매우 반응이 좋았죠. 유명 벤처사업가인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님은 처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동안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많았는데 이제 대부분 해소됐어요.
-유료 버전은 어떤 차별화 기능이 있나요?
▲첫 번째로 개인화 서비스가 있어요. 즉 어플이 개개인에 맞는 미션과 피드백을 줘요. 스스로 식이요법을 하고, 운동을 하게끔 말이죠. 그리고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주는 등 정보제공 기능도 매우 유용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룹서비스가 있는데요. 일종의 폐쇄형 SNS이에요. 멤버들이 모여 정보교류와 의사소통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죠. 어느덧 생성 그룹수가 수천개가 됐을 만큼 반응이 좋아요.
◇ 이용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정세주 눔 본사 대표 (사진제공=눔코리아)
-이용자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이용자 65%는 여성이며, 평균 나이는 27.5세로 주로 20~30대 분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건강관리를 특별히 더 신경쓰시는 40~60대 이용자들과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대 이용자들의 비중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술력으로 다이어트 패러다임을 깬다"
-그렇다면 제품을 좀 더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먼저 아이폰용은 ‘콤보’라는 개념이 있어요. 음식 섭취량을 기록할수록 쌓이는 건데 꽤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음식을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을 나눠 건강성을 체크해주는 기능도 흥미롭습니다.
안드로이드용은 꼭 그룹을 사용하세요. 사실 다이어트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서로 위로, 격려하면서 함께 하는 게 좋죠.
-다이어트는 서로 위로하면서 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네요. 서비스 개선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사용자들에게 직접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받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사용자 세 분을 선정해 직접 30분 가량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심층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각종 아이디어 및 기능 개선에 대해서는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눔은 기술기업인 만큼 지속적으로 혁신을 모색할 것입니다. 코칭 및 그룹서비스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계획이고, 재미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어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는 기업간 거래모델(B2B)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경쟁 사업자와 협업 사업자가 누구라고 보세요?
▲지금까지는 모바일 어플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면 앞으로 기존 다이어트 방식을 깨는 게 우리 방향이에요. 경쟁 사업자와 협업 사업자는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헬스케어 산업은 엄청나게 크고 매우 광범위합니다. 현재 모습은 모바일 분야로 다소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헬스케어 산업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제한된 분야의 특정 기업을 경쟁 사업자라 말하기 보다는 넓은 시각을 가지고 미래를 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함께 하고 있는 풀무원, 아모레퍼시픽, 월드짐, 바이오스페이스, 스무디킹, 한국 야쿠르트, 리복 등은 소중한 파트너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함께 하지 못한 많은 잠재적 파트너를 협업 사업자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눔코리아 사무실 (사진=뉴스토마토DB)
-눔코리아 직원들은 운동을 많이 하나요?
▲사무실 지하에 헬스장이 있어요. 그리고 등산과 같은 동반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드리기 위해 한국에 진출한지 1년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다이어트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전문가들은 눔코리아를 어떻게 평가할까?
스타트업리포트 자문단은 눔코리아의 기술적 역량과 시장성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일치된 의견을 제시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모바일시대 다이어트 영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회사"라고 평가했으며,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는 회사로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성장 가능성이 높이기 위한 조언으로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는 "헬스케어를 위한 다양한 디바이스가 등장하는 만큼 웨어러블 컴퓨팅 영역과 연계된 사업전략을 펼친다면 회사의 비전을 더욱 크게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다이어트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기술보다 서비스 및 콘텐츠에 역점을 둘 것을 주문했다.
비슷한 관점으로 박 대표 또한 "현재 어플을 살펴보면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한국 이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감성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상기 소장은 데이터 활용과 커뮤니티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들의 칼로리 섭취 및 소비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끊임없이 서비스 개선을 추진해야 하며 주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1999)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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