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지난달 중국 소비자 물가가 지난 두 달 간의 하락 흐름을 멈추고 예상 밖에 안정세를 나타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비가 증가하는 춘제(설) 효과 덕분에 중국 물가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 한해 전반적으로는 중국 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은 중국 금융 당국이 소규모 부양 기조에 나설 여력도 충분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월 CPI 상승률, 직전월과 동일..PPI는 23개월째 '마이너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사전 전망치 2.3% 상승을 상회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식품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7% 뛰어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주도했고, 비식품 가격은 1.9%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도시 지역의 물가 상승률은 2.6%로 농촌 지역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아울러 소비품 가격과 서비스 가격은 각각 2.0%와 3.7% 올랐다.
반면 함께 공개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실제로 1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이는 예상치 1.7% 하락보다는 양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추이(자료=국가통계국)
◇中물가, 춘제 효과에 하락세 '주춤'..돼지고기 값은 내리막
중국 소비자물가가 하락세를 뒤로 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낸 배경에는 춘제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춘제 연휴 전후로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춘절 효과로 1~2월 지표가 다소 왜곡됐다"며 "춘절 영향을 제외하면 중국 물가는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내 채소 가격과 과일 값은 전월 대비 각각 12.1%와 11% 뛰었지만, 중국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가격은 1.0% 떨어졌다.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통계에서도 지난달 중국 36개 대·중 도시의 돼지고기 가격은 주간 흐름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1.4%, 1.3%, 1.9%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사치 척결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검약 캠페인으로 중산층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통상 춘제 전후로 급증하던 돼지고기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저우징퉁 중국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고급 음식점에서의 소비가 감소한 영향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급감했다'고 평가했다.
인허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돼지고기 가격이 성수기에도 떨어졌다"며 "이는 10년만에 처음 있는 현상이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PPI가 지난 1990년 이후 최장 하락 흐름을 나타낸 점을 지적하며 제조업 수요 위축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ANZ은행은 "PPI 하락은 중국이 제조업 제품에 대한 최종 수요 부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며 "소비자 물가보다는 생산자 물가가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中물가, 하향세 이어간다"..정부 부양 카드 '만지작'
다수의 전문가들은 반짝 춘제 효과가 사라지게 되면 중국 소비자 물가가 다시 하향 곡선을 그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구조 개혁 노력에 따른 일시적인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7%로 지난 1999년 이후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종전의 7.5%에서 7%로 하향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리우리강 ANZ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지표 부진은 중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팀 콘든 ING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올해는 중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가 더 이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크레디트스위스는 올 한해 연간 CPI 전망치를 종전의 4%에서 3%로 하향조정했다.
광다증권의 한 분석가도 "경제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오히려 고개를 들 것"이라며 "올해 CPI 예상치를 이전의 3%에서 2.7%로 하향하고, PPI 전망치는 종전의 1% 상승에서 0.5%포인트 낮춘다"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에 변화가 없게 될 경우, 정부는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때 만큼 강력한 정책은 아니겠지만 지난해 추진했던 미니 부양책을 또 한번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ANZ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도 성장률 목표가 7.5%로 유지된다면 중국 정부는 오는 6월 전에 부양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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