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사회 문제의 많은 부분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그 괴리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정책입안자들의 생각이 그대로 제도가 되면서 생겨난다.
또 모든 제도에는 득과 실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상황에 대입했을 때 득과 실 중 어느 것이 더욱 큰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이처럼 현실을 보지 않고 이상적인 목표만 상상하며 나온 정책에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오는 25일 발표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거래소에서 코스닥시장을 분할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거래소, 선물거래소가 통합한 후 10년 만에 코스닥시장을 다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에 특화된 코스닥시장의 성격을 강화하고 그동안 침체됐던 코스닥시장 상장을 늘려 시장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시장 분리 후에는 코스닥시장 상장 요건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고, 벤처캐피탈이 벤처펀드를 결성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요도 살린다는 방침이다.
이상적인 계획이지만, 현실성이 너무 부족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이런 구상을 하는 동안 거래소 측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최경수 이사장을 포함한 경영지원본부 임원들 조차 정부 측에서 흘러나온 기사를 보고서야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부가 이상적인 정책을 구상하는 동안 단 한차례도 거래소에 관련 현황을 문의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결국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였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거래소 체제에서는 코스닥본부의 적자를 파생상품시장본부 등 여타 본부가 메워주면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적인 목표만으로 지금 당장 코스닥시장을 분리하면 시장 활성화는 커녕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된다.
또 새롭게 시작한 코넥스시장 역시 시장 초기인 만큼 많은 역량 투입이 필요한데, 코스닥시장본부 아래에 있어 분리시 같이 떨어져 나가면서 투자 활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글로벌 거래소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과 한달 전 내놓은 거래소의 선진화 방안 등도 코스닥시장 분리와 함께 대거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모든 일에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코스닥시장 분리는 단순 괴리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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