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2월 임시국회가 종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정치권의 집안싸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여권은 6.4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과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전대) 시기를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립이 악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심(朴心)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야권은 당의 방향을 놓고 지도부와 비주류측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최근 지도부의 거듭되는 우클릭 행보에 초·재선 그룹과 중진들이 나서 제동을 걸고 있다. 지방선거 체제에 대한 부분도 조율이 필요하다.
이 와중에 각종 법안 처리와 특위 활동 마무리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6.4 지방선거 역시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내홍을 반드시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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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 친박·비박 격돌 심화
지난 19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계 핵심 최경환 원내대표와 비박계 정몽준 의원는 설전을 벌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20일 본회의를 앞두고 중국을 방문하는 정 의원에 대해 최 원내대표가 문제 삼은 것이지만 여권에서는 그동안 쌓인 양측의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서울시장 출마를 숙고하고 있는 정 의원은 최 원내대표가 '주식 백지신탁 문제를 이유로 서울시장 출마가 어렵다'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친박 지도부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지원한다는 박심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다.
같은 회의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 의원 역시 "(새누리당이) 지방선거 보다 차기 당권에 매몰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라며 당과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중진차출론'에 대해 "인지도 높은 후보를 내세우면 된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이혜훈 최고위원과 원유철 의원 역시 박심 마케팅과 중진차출론에 대해 각각 "당의 분열을 자초하고 지방선거 필패를 부르는 해당행위", "후보 경쟁력을 훼손하고 당에 결코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몽준·원유철·정병국 의원은 당내 비박계로 분류되며 이 최고위원은 친박계지만 이들은 모두 박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21일 심재철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박심 논쟁에 대해 "특정 세력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대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 결과 오는 7월 14일로 전대가 확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친박 지도부와 친이계 재선 그룹은 심한 갈등을 드러냈다.
친이계 출신의 재선 김용태·김학용·김영우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의총에서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성토했다. 또 18일에는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재선 그룹이 긴급 회동을 통해 당 지도부의 일방통행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진다.
뿐만 아니라 공석인 경기도당 위원장 자리를 놓고 김학용(친이계) 의원과 황진하(친박계) 의원이 경합하는 등 당내 계파 갈등은 확산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러한 당내 갈등에 대해 "전당대회 전까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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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지도부 비판 분위기 확산
지난 20일 열린 '민주당의 혁신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지도부를 향한 성토를 쏟아냈다.
노영민 의원은 "흔들린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야당성을 회복해 야성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하다"며 선명성을 강조했고 박영선 의원은 "'민주당이 이렇게 달라졌다'고 국민에게 내놓을 만큼 강한 이미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우윤근 의원도 "민주당이 국민이 공감하는 비전 제시를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정청래 의원은 "지금 당 지도부 얼굴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을 한다"며 "조기 선대위를 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라고 지방선거에 대해 우려했다. 이어 "지금 전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시인지 모르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가자는 것은 민주당의 존재감을 상실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11일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초·재선 의원 22명은 계파주의 해소와 폐쇄적 정당구조 개혁을 위한 당 혁신 모임인 '더 좋은 미래'를 발족했다. 간사를 맡은 김기식 의원은 "단순히 당 지도부에 뭘 하라고 촉구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제시하는 대안을 현실에서 실천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이 민주당에서는 김한길 체제를 향한 불신 기류가 감지된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은 여전히 먹혀들지 않고 여당과의 각종 현안 승부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21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위기보다 위기의식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며 "126명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으로서 본래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게 근본"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한길 대표는 오는 23일 정치활동 개혁과 당 개혁을 골자로 하는 3차 혁신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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