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민주당과 (가칭)새정치연합이 20일 국회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 이행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이들은 오는 25일(민주당)과 28일(새정치연합)을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 시한으로 정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 공약 이행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이었지만, 사실상 이날 모임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 정당공천제 폐지 유무와 상관없는 무조건적인 무공천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실제 이날 공개적으로 발언에 나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모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와 더불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게 6.4 지방선거에서 공천하지 말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전남 나주시장을 지낸 신정훈 정당공천폐지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정당공천 폐지 약속은)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야 3당이 함께 약속했다"며 "새누리당이 이것을 지키지 않는다하더라도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은 피해갈 게 아니라 실천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을 함께 보여줘야, 국민이 정치권을 믿고 지방자치에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이날 회견에서 기자들 역시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두 사람 모두 구체적 언급을 회피한채 "지금은 정당공천제 폐지 실현에 집중할 때"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날 이 자리가 정치권에 대한 압박 차원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실적으로 법개정이 어려우면 정치적으로 국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 새정치연합도 무공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어떻게 실천할지는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모임 역시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최로 진행된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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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거부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새정치연합 측은 "국민과의 약속"을 들어 무공천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정치연합으로서는 3월 창당 일정을 고려했을 때 물리적으로 기초선거까지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손학규 상임고문과 조경태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정당공천을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당내 의견은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반대' 측은 민주당의 혁신 차원에서라도 무공천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다시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 어부지리'론과 관련해서 민주당 한 의원은 "기초선거 출마자들의 집단 탈당 등으로 여론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이야기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공천 찬성' 측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대의명분을 지킬 경우, 야권 후보의 난립으로 새누리당에 선거를 갖다바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공천'으로 명분을 얻을 수 있지만, '선거 패배로 인한 정권 심판 실패'로 박근혜 정권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기초단위 당원들의 탈당으로 인한 당의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오는 28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정당공천제 폐지가 물 건너가게 되면,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당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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