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대학병원들의 의약품 저가 요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간의 강경 입장을 접고 지난 21일 시장형실거래제 재개를 전격 폐지키로 했다. 1원 낙찰 등이 현실화되는 등 합법적 리베이트에 대한 폐해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보험약가보다 싸게 의약품을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병원에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시장형실거래가제를 통해 병원의 경영난을 타개하려 했다. 비정상적 의료수가에 대한 개선은 재정 문제로 막혔고, 이에 제약사들의 주머니를 통해 병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시행령 개정 절차가 5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 폐지는 오는 7월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대학병원들이 인센티브를 최대한 챙기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제약업계는 시행령 개정안 절차를 앞당겨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매년 4월 실시했던 의약품 재계약을 올해는 2월로 앞당겼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재입찰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 대학병원들에 이어 지방 대학병원들까지 이러한 저가 의약품 재계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실효성 문제가 들어나 폐기 수순에 들어갔음에도 확정 이전까지 사각지대를 노려 최대한의 이득을 챙기겠다는 병원의 꼼수가 확산됐다.
◇한국제약협회는 27일 시장형실거래가 폐지와 관련, ‘선 중지 후 폐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조필현 기자)
제약업계는 ‘선(先) 중지 후(後) 폐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제도 폐지 결정이 내려진 만큼, 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가 조속히 개정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 회원사들의 고충과 민원을 해결하는 곳”이라며 “정부의 입장만 기달리지 말고 협회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개정안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제약계를 추스르고 있다. 현재 시장형실거래가제 대체 카드로 ‘처방총액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복지부는 다음 달 중으로 입법예고하고, 규제심사와 법제처 검토를 받아 오는 7월 전까지는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제도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공식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칭 ‘처방총액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며 “내달 중으로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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