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감독원이 3년전 저축은행 비리 사태 이후 쇄신을 다짐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심지어 4년만에 '용도폐기' 처분됐다는 강도높은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일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김모 팀장이 KT ENS 협력업체가 연루된 대출사기사건에 공모자로 지목되면서 금감원은 당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저축은행 사태 때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실을 눈감아 준 것이 적발돼 금감원 간부 등 직원 여러명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때문에 이명박 전(前) 대통령이 직접 금감원을 방문해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후 권혁세 당시 금감원장은 "뼈를 깎는 자세로 쇄신해 국민에게 신뢰를 되찾겠다"며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쇄신방안
이 쇄신안은 4년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금감원 전·현직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가 금융사 감사에 대규모 이동할 것으로 알려져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이석우 감사실 국장이 대구은행 감사직을 고사하면서 일단락됐지만 4년전 발표했던 '뼈를 깎는' 쇄신안과는 배치된다.
금융권 한 인사는 "저축은행 사태가 동양그룹 사태, 고객정보 유출 등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잊혀진 것 같다"며 "벼랑 끝에 섰던 2011년 당시를 생각하며 강도높은 내부통제를 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5년도 채 되지 않아 용도폐기된 금감원 쇄신안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내부감찰 강화를 위해 감찰 조직을 '실(室)'급으로 격상시키고 감찰실장을 부장검사 출신을 발탁했지만 현재까지 적발한 직원비리는 전무하다.
이번 김 팀장의 대출사기사건에 연루된 데 대해서도 사실 파악이 뒤늦었다. 언론에서 금감원 내 직원 연루설은 보도하자 그제서야 최수현 원장의 지시로 내부감찰에 착수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사기대출 사건이 터졌을 때 저축은행 상시감시 시스템의 장점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 사건의 추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금융권 내 공모자가 없는지 빠르게 확인했어야 했다"며 귀띔했다.
금융권 내외부에서는 금감원의 내부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더러있다.
김 팀장이 전주엽 NS쏘울 대표의 해외 도피를 권유한 데는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사건의 담당 검사 팀장이 검사상황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박모 검사팀장과 김 팀장은 2000년대 중반 금감원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친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친분관계를 떠나 업무상 비밀을 알려준 것은 의도가 어쨌든 문책사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대출사건 검사가 보안을 유지하며 이뤄졌는데 전혀 다른 부서인 김 팀장이 알았다는 것은 정황상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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