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김민성기자] KT ENS 직원과 납품업체들이 공모한 수천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에 금융감독원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권 전체로 여파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자체 감사를 통해 내부 공모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경찰 수사가 금융권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확답을 내리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감독당국 직원이 사기대출 배후에..어디까지 연루?
19일 KT ENS 사기대출 사건 배후에 금감원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감독당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간 금융권 내부에 사기대출 가담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설이 꾸준이 나왔는데 정작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사 내부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
사건 배후에 있는 금감원 직원은 자본시장국의 김모 팀장이다.
김 팀장은 사기대출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전모 씨 등에게 금감원 검사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도피를 도운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해당 팀장은 직위해제 후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김 팀장은 지난 1월 29일 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대한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사기대출 핵심 용의자들에게 알려줬고 이틀 후에 다시 강남의 모처에서 만나 용의자들과 해외도피 등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팀장이 수년전부터 이번 사기사건 혐의자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 추가 연루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 노조위원장을 지냈을 정도로 조직 내부에 인적 네트워크가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당시 금감위원장을 고발할 정도로 강성 노조였다"며 "그만큼 (김 팀장을) 따르던 직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팀장의 윗선 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달 말부터 내부감찰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는 김 팀장 이외에 연루된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잘라 말했다.
◇하나·국민·농협銀 "내부 공모자 없지만.." 확답은 못해
사상 초유의 사기대출 사건에 감동당국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관련 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사기대출 관련한 지점과 본점 여신부까지 감사를 진행한 결과 내부공모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한 상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자체적인 내부 감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수사당국의 수사에도 협조했지만 내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공동 대주단을 함께 구성한 국민은행과 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여신의사 결정이 개인이 아닌 여신심사위원회에서 이뤄진다"며 "당시 영업점 직원이 KT ENS 회사에 찾아가서 매출채권 확인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은행들도 섣불리 확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간 은행 내부 관계자의 도움이 없이 수천억원대 사기대출이 이뤄질 수 있었겠냐는 의혹이 꾸준히 나왔었다.
만약 은행권 인사 가운데 누군가 대출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나올 경우 은행으로서는 타격이 크다. 당장은 KT ENS 측으로부터 대출을 회수하기 어렵게 된다. 사기대출 피해액은 하나은행이 16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과 국민은행도 각각 300억원 상당이 물려있다.
은행들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이뤄진 대출의 구조상 KT ENS가 대출을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은행에서 내부 공모자가 나올 경우 은행들도 일부 과실이 인정되므로 돌려받기 힘들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기대출 용의자들의 입장에서 감독당국의 직원들은 검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섭 대상이겠다"며 "하지만 자산유동화 대출의 구조상 '을'의 입장에 있는 은행 직원들에게 대가를 주고 공모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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