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원순환형 친환경 제철소, 당진 현대제철 가다
2014-03-24 15:33:31 2014-03-24 17:20:5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 19일 중국발 미세먼지를 뚫고 서울에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철소 정문 앞에 도착하자 거대한 위용이 두 눈에 들어왔다. 한국 철강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는 본산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자료)
 
당진제철소 면적은 882만㎡(267만평),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다. 제철소 내에는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등 생산설비 외에도 원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을 위한 항만, 쇳물을 운송하기 위한 철도 등 각종 인프라도 구비돼 있다. 지난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규모는 더 확대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난해 9월 오랜 염원이던 3고로 완성으로 전기로와 고로를 합쳐 연간 1580만톤의 조강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생산 제품도 다양해져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철근과 H형강 등 건설용 강재 제품은 물론 철강제품의 꽃이라 불리는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6년 10월 민간기업 최초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서 1, 2고로 건설에 이어 지난해 9월 3고로까지, 7년간 총 10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당진제철소에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총 45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0만여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당진제철소에 근무하는 인력(협력사 포함)은 1만여명으로, 이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3~4만명의 인구가 현대제철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같은 인구 유입효과는 2012년 1월 당진군이 시로 승격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군에서 시로 승격되려면 인구 15만명이 넘어야 한다. 사실상 시 전체가 당진제철소에 얽혀 있다. 굴뚝산업의 힘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철소’
 
당진제철소는 원료 하역에서부터 수송과 저장, 공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밀폐형 시스템을 적용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철소로 각광 받는 이유다.
 
제철소 내 항만에서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를 밀폐형 연속식 하역기로 하역하고, 밀폐형 컨베이어 벨트로 운반함으로써 먼지와 소음을 차단하도록 했다. 제철원료를 보관하는 저장고도 완전 밀폐형으로 건설됐다. 이 때문인지 분진이나 매연으로 인한 공기오염 보다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다내음이 더 짙게 느껴졌다.
 
이와 함께 당진제철소 개별 공장에도 설계 단계부터 최신형 친환경 설비와 환경오염 방지 기기들을 도입, 가동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제철소로 만들어졌다.
 
회사 측은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먼지, 황산화물, 질산화물을 등 정부 배출 기준 대비 30%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실제 배출량은 이보다 더 적다고 설명했다.
 
또 이곳에서 생산된 강판이 모기업인 현대·기아차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적용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자동차가 철스크랩으로 재활용돼 다시 현대건설·현대엠코에서 사용하는 건설용 자재로 쓰이는 자원순환형 생산 구조를 갖춘 것도 현대제철만의 자랑이다.
 
이날 기자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현대제철이 자랑하는 돔형의 밀폐형 원료 저장시설. 세계 최초로 실내 저장고를 갖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는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철강사들도 자주 찾는다.
 
◇철광석이 보관돼 있는 밀폐형 원료저장시설(사진=뉴스토마토자료)
 
보통 철광석을 야외에 적재해 보관하는 것과 달리 실내 저장시설을 이용하면 바람에 의해 먼지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고, 우천 시에 오염수가 지반에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철광석이 물에 젖지 않아 원료의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높이 65m, 지름 120m에 달하는 돔형 원료저장시설은 주로 철광석을 저장한다. 서울 잠실 야구장의 타석에서 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120m인 점을 감안하면, 저장고 1동이 야구장 1개와 맞먹는 크기다. 당진제철소는 총 7동의 돔형 원료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내부에 들어서니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웅장한 규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날 들른 저장고에는 각기 색깔이 다른 철광석이 두 종류 있었는데, 호주와 브라질 등 생산 국가에 따라 철 함량이 달라 색이 다르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렇게 실내에 철광석을 보관하면 환경적인 측면 외에 적재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야외에 적재할 경우 평당 13톤을 쌓을 수 있지만 실내 저장시설을 이용하면 평당 32톤을 저장할 수 있다. 실내 저장고의 벽을 이용해 쌓을 수 있어 2.5배가량 적재량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장고 지하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 있어 외부 노출 없이 고로까지 운반이 가능하다.
 
철광석 저장시설에 이어 들른 곳은 지붕이 삼각형 모양으로 솟아있는 선형 저장고. 이곳에는 주로 석탄이 보관돼 있다. 저장고 내에는 격벽이 설치돼 있었는데 원산지별로 구분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생산지별로 열효율이 달라 구분이 필요하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저장 시설에 이어 이번에는 철광석과 석탄을 이용해 쇳물을 만드는 고로로 이동했다. 안전 관계상 가까이서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멀리서나마 태양처럼 새빨간 쇳물이 토페토카(쇳물을 닮아 옮기는 열차)에 담기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토페토카는 1300도가 넘는 고온을 견디기 위해 내부가 내화벽돌로 채워져 있으며, 안전을 위해 한 번 쇳물을 운송하고 나면 정비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열연 공장. 당진제철소 내 총 3곳의 열연공장에서는 연간 550만톤의 열연코일을 생산한다. 열연코일은 냉연 가공을 거쳐 현대·기아차에 사용되는 자동차강판으로 태어나게 된다.
 
◇쇳물로 만들어낸 슬라브. 슬라브는 얇게 펴서 열연코일을 만든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열연공장에는 숨이 멎을 듯한 열기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쇳물로 만든 슬라브를 얇게 펴서 코일 형태로 돌돌 말아 열연코일을 만드는데, 쉴 새 없이 벌건 쇳덩이가 레일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물을 이용해 식히는 과정에서 수증기도 끊임없이 다량으로 발생해 흡사 사우나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초봄에 이 정도 열기라면 한 여름에는 찜통 속보다 더 뜨거울 것 같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연코일은 개당 25톤 규모. 코일 한 개면 기아차 K3 25대를 만들 수 있다.
 
◇자동차용 강판의 주 원료가 되는 열연코일(사진=뉴스토마토자료)
 
◇고급 자동차강판의 산실 ‘냉연2공장’
 
지난해 3고로 완성으로 완벽한 일관제철소를 구축한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경쟁력을 더했다. 냉연제품은 철강생산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생산되는데, 과정이 길고 복잡한 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철강업계의 효자로 부상하고 있다.
 
당진제철소 바로 맞은편에는 지난해 5월 본격 생산을 시작한 냉연2공장이 위치해 있다.
 
총 1조원이 투자된 냉연2공장은 지난해 말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현대제철 소유가 됐다. 이곳에서는 열연코일을 이용해 연간 150만톤의 냉연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공장에 들어서자 벌건 슬라브가 가공되는 열연공장과 달리 냉연공장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깔끔한 공장의 내·외부. 공장 외벽은 검정색 칼라강판으로 마감해 공장이라기보다는 깔끔한 창고 같은 모습이다.
 
내부에는 쇠를 다루는 공장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기름찌꺼기나 먼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쾌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중 일부 설비는 먼지나 벌레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비닐을 이용해 밀폐해 놓기도 했다. 제철소보다는 높은 수준의 위생을 요구하는 식품공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
 
공장 관계자는 “제품 생산 중에 먼지나 벌레 한 마리라도 들어가면 불량 제품이 된다”며 “품질이 생명인 냉연공장은 반도체 시설에 비견된다”고 말했다.
 
열연공장에서 지하통로를 통해 냉연공장으로 옮겨진 열연코일은 이곳에서 다시 펴서 염산으로 코일 표면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산세과정을 거친다.
 
이어 총 6번의 압연과정을 거치는데, 바로 이 과정이 현대제철 초고장력 강판의 비밀이 숨겨진 곳이다. 다른 공장에서보다 1번 더 압연과정을 거침으로써 강판의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과 현대·기아차가 공동으로 차세대 자동차강판 개발에 매진해 얻은 소중한 결과물로, 초고장력 강판은 현대차의 올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에 적용됐다.
 
압연기를 거친 강판은 이후 각 용도에 맞게 부식 방지를 위한 아연도금 과정 등을 거쳐 최종 제품으로 탄생한다. 철광석에서 쇳물로, 쇳물이 슬라브로, 슬라브가 열연코일과 냉연 가공을 거쳐 비로소 자동차강판으로 탄생한 것이다.
 
◇냉연가공을 거쳐 완성된 냉연코일(사진=현대제철)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기 위한 현대제철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진제철소 내에 위치한 현대제철연구소에는 4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종합 R&D 연구기지 역할을 하며, 지난해까지 총 374종에 달하는 강종의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는 7종의 고성형성 초고강도 강판과 15종의 고품질 열연강판, 16종의 프로젝트 맞춤형 에너지 강재 등을 개발해 현대제철 수익성 개선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다음달 당진제철소 A지구에 약 8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특수강 전용 공장을 착공한다. 특수강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당진제철소에 건설한 철 분말 공장과 함께 완벽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될 전망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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