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를 받던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시도하면서 검찰 수사가 난기류를 만나면서 ‘윗선’ 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간첩증거 위조 의혹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에 따르면 국정원 소속 권모 과장(52)은 21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 불만을 토로하고 22일 자살을 시도해 현재 위중한 상태다.
권 과장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34) 사건 초기부터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른바 ‘김 사장’이라고 불리는 김 모 과장 이전에 유씨 수사팀 파트장을 맡았다.
검찰은 국정원 협력자 김씨를 매개로 김 과장의 존재에 이어 권 과장에 존재도 밝혀냈다. 검찰은 권 과장이 ‘국정원 윗선’들이 이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는지, 증거조작과 관련한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알려줄 열쇠로 보고 조사를 거듭해왔다.
권 과장은 그러나 문건의 위조 여부는 자신은 물론 ‘유우성씨 간첩사건’ 수사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일관되기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은 특히 3차 검찰 소환조사를 마친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조사를 몰아가고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사건의 실체는 김 과장이 협조자 김 씨에게 속은 것”이라며 “문건의 진위는 김 과장과 김 씨만 알겠지만 우리는 ‘진짜 문건’을 입수한다는 전제하에서 관련 활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기관은 실체를 보고 검찰은 법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협조자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은닉 활동들을 검찰은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며 조직적인 위조 활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까지 했다.
검찰은 권 과장에 이어 한 단계 상급자인 대공수사국 이모 팀장을 불러 조사했으나 이 팀장 역시 위조여부와 국정원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던 차에 발생한 권 과장의 자살 시도는 결과적으로 검찰의 ‘윗선’ 수사의 예봉을 꺾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팀장급 직원들이 위조 여부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데다가 권 과장이 결백을 주장하며 극단적인 시도까지 함으로써 검찰 역시 적잖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게다가 검찰로서는 이렇다 할 확보된 물증은 없고 시간에 마저 쫓기고 있다. 협력자 김씨의 구속기간 만료기일은 오는 31일, 김 과장의 만료기일은 내달 3일로 모두 다음 주에 몰려 있다. 기한이 오면 검찰은 이들을 기소해야 한다.
검찰은 중국 당국의 물증 제공 등 형사사법공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공조 절차상 기한 내에 중국이 물증을 제공할지도 미지수다. 부차적으로 고려 중인 국내 수사 차원에서 유씨의 협조를 받으려고 시도 중이지만 유씨는 거듭 거부하고 있다. 이른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수사팀을 지휘 중인 윤갑근 검사장(대검찰청 강력부장)도 앞서 권 과장의 자살 시도 전 이미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길은 멀다)’의 상황이라면서 답답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윤 검사장은 그러나 이날 권 과장 사건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며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면서도 “국민적 관심 사안이니 만큼 수사는 수사논리대로 지속적으로 진행해서 진상을 빨리 밝히고 조속히 마무리 하겠다”며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간첩증거 위조 의혹사건 수사팀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 야경(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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