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실내체육관에서 방송인 서경석과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열정樂서'에 세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른 이상화. (사진제공=삼성그룹)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세계 최고의 선수인 '빙속여제' 이상화가 대학생 대상의 강연에서 "슬럼프는 '있어서는 안될 내면의 꾀병'"이라면서 "슬럼프라는 단어가 자신에게 있으면 절대 안 된다"고 청중에게 주장했다. 자신이 세 차례나 갈아치운 '신기록'에 대해서는 '한계를 돌파하는 즐거운 소통'이라고 정의했다.
이상화는 27일 저녁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그룹 주관 대학생 강연 콘서트인 '열정落서 : 2014 OUTREACH'에 연사로 무대에 올라 자신이 생각한 중요한 것과 자신의 조력자, 그리고 평소 생활에 대해 방송인 서경석과의 대담의 형식으로 진솔하게 말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와 이돈주 삼성전자 사장에 이어 세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른 그녀는 체육관을 가득 채운 1만30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나갔다. 청중은 이상화의 말 하나하나에 집중했고, 강연 후에는 큰 박수로 환호했다.
◇이상화 "로맨틱 영화는 싫고 빅뱅 멤버 중에선 지디가 좋다"
이상화와 서경석은 구면이다.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함께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반갑게 인사한 이후 이상화는 서경석에 제안에 따라 '5자토크'로 이날 강연을 시작했다.
서경석이 5자토크 중반부에 "우승한소감?"이라며 갑작스런 질문을 던지자 이상화는 "대박좋아요!"라고 답했고, 서경석이 "예상했었어?"라고 대화를 잇자 이상화는 바로 "어느정도는!"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상화의 웃음에 청중들은 박수로 즐거워했고 이에 이상화는 청중들을 향해 미소지으며 토크를 마쳤다.
서경석은 차분한 어조인 이상화의 입을 풀어주려는 듯 이상화에게 일상 생활을 물어보는 질문을 꾀했다.
로맨틱 영화를 좋아하냐는 서경석의 질문에 이상화는 싫어한다고 답했다. 이상화는 로맨틱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에 "로맨틱 영화는 슬프게 끝나는 것이 많아 별로"라면서 "영화를 보다가 울던 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상화가 빅뱅 멤버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지디였다. 서경석이 탑을 좋아하냐고 묻자 이상화는 바로 "어려운 문제네요"라고 말한 후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지디"라고 답했다.
◇이상화. (사진제공=삼성그룹)
◇이상화에게 슬럼프라는 단어는 '내면의 꾀병'
이상화는 슬럼프를 '내면의 꾀병'이라고 표현했다.
슬럼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냐는 서경석의 질문에 이상화는 "슬럼프라는 단어는 '내가 만든 마음 속의 꾀병'인 것 같다"면서 "일을 하다가 안될 일이 많은데 정말 자기 자신이 만든 꾀병이란 느낌이다"라고 답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상화는 토리노 올림픽 다음 해인 2007년 최초의 '슬럼프'를 경험했다.
이상화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바닥이었고, 운동을 해도 운동이 너무너무 안될 때가 많았다"면서 "그래서 남들이 하나를 할 때 저는 두 세 개씩 하고, 남들 쉴 때도 운동을 했던 적도 굉장히 많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뭔가 해야 제게 더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싶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은 (슬럼프가) 계속 갔는데 차츰 계속 연습하다 보니 미세하게 좋아지는 것이 나타났다. 정말 조금씩이긴 하나, 그것(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15등까지 떨어져봤는데 3등까지 올라왔고 마지막은 2등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슬럼프를 극복했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상화는 젊은 청중에게 "슬럼프란 단어 자체를 만들지 말라"고 권했다.
슬럼프의 극복 방법을 묻는 서경석의 질문에 그녀는 "다시 말하자면 슬럼프라고 생각하지말고 정말 자기 자신을 믿고 앞으로 전진해서 나갔으면 좋겠다"면서 "'슬럼프'라는 단어가 본인에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징크스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상화는 "(슬럼프는 물론) 징크스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습관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슬럼프와 징크스를 모두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쓸데없는 습관은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상화. (사진제공=삼성그룹)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모두 세 번의 세계 신기록 경신 기록이 있는 이상화에게 자신의 수립한 기록이 깨지면 기분이 어떨까. 많은 청중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것이라며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상화는 서경석이 선배란 어떤 존재인지를 묻자 "운동을 하다보면 선배가 있어야 도움을 받고 후배도 선배를 따라 하며 잘 하게 된다"고 답하면서 "나는 나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선배상을 밝혔다.
서경석은 곧바로 이상화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인지를 물었다. 그녀는 서경석의 질문에 "연습할 때는 엄하게 하고 놀 때는 재밌게 어울려 논다"며 공과 사에 따라 각각 다르게 대하는 후배와의 평소 생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후배 선수들에 대해 "올림픽 이전부터 오랫동안 지내왔기 때문에, 같이 지내온 시간이 많아 가족같고 격없는 친구같다"고 설명했다.
'제2의 이상화를 꿈을 가진 후배에게 한마디'를 부탁한 서경석에 이상화는 "'제2의 이상화'를 꿈꾼다는 자체가 참 고마운 일인 것 같다"며 "나도 이 위치에 오르기 전 누군가를 보면서 목표를 꿈꿨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노력해 연습을 하면 정말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내 기록이 깨지면 아쉬운 건 있겠지만 내가 그 기록 보유자였다는 자부심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사진제공=삼성그룹)
◇이상화에게 신기록이란 단어는 '한계를 돌파하는 즐거운 소동'
이상화는 신기록을 '한계를 돌파하는 즐거운 소동'이라고 표현했다.
이상화는 "내가 그 기록을 깰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서 "기대를 않고 시합에 임한 것인데 그런 기록이 나와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세웠던 신기록에 대해 이상화는 "1차 레이스 때 나 말고도 중국 선수랑 러시아 선수가 매우 잘 탔다"면서 "그래서 조금은 긴장했는데 2차레이스 때 내가 바꿔놔서(중국·러시아 선수들을 앞서가자) 안도하며 '해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쿼트 훈련과 관련해 논란이 있던 170㎏짜리를 드는 모습이 포함된 방송에 대해선 해명했다. 하지만 120~140㎏를 든다는 것만으로도 청중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이상화는 전광판에 '170'이란 숫자가 나오자 곧바로 스쿼트 무게임을 파악하고 "해명할 것이 하나 있어요. 저 이것(170㎏짜리 스쿼트)은 못 들어요"라고 말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대표팀)가 스쿼트 훈련을 굉장히 많이 하지만 170㎏ 훈련은 너무 와전이 된 것 같다"며 "밴쿠버 올림픽 전 한계가 140㎏였는데 대략 3주에 걸쳐 170㎏까지는 올렸다. 그런데 그냥 살짝 앉았다 일어나는 정도였다"라며 어쩌다가 한번 나온 수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상화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을 정도로 빼어난 운동능력을 보였다. 훈련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을 물어보는 서경석 질문에 "단거리 선수에게 사이클은 굉장히 힘들다"며 "(사이클 훈련의) 꼴찌는 하지만 낙오는 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끝으로 뭔가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하나 달라는 서경석의 제안에 "정말 무언가를 하려 하면 긴장과 부담이 생겨 잘 안될 때가 많은 것 같다"면서 "뭔가를 하려고 시도하려 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아무 생각없이 그 일에 매진하게 되면 큰 꿈을 이루는 것 같다. 모두들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하면 꼭 원한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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