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저가 브랜드 출시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흥국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대중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폭스바겐이 오는 2016년부터 중국을 비롯해 신흥시장에 저가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폭스바겐 경영층의 최종 승인을 얻어 올 하반기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저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인도와 아세안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소형 세단과 왜건, 소형 MPV 투입을 고려 중인으로 알려졌으며, 가격은 6000~8000유로(863만원~1150만원) 수준에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을 위해 구형 엔진과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이치폭스바겐을 통해 부품을 현지 조달함으로써 연간 5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검토 중이다.
앞서 폭스바겐은 지난 2012년부터 저가 브랜드 출시를 검토했으나,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내부 판단에 출시를 연기해 왔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2018년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 시장 점유율 10% 달성과 아세안 시장 확대를 위해 저가 브랜드 도입이 절실했고, 특히 스즈끼와의 제휴 및 말레이시아 프로톤 인수 무산까지 겹치면서 저가 브랜드 도입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저가 브랜드 도입에 나서면서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상하이우링GM 바오쥔, 르노 다치아, 닛산 닷선 등도 신흥국 전용 저가 브랜드를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 내년 신흥시장에 저가 소형차 8종을 투입하고, 신흥시장에서 판매비중을 5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혼다는 비리오 베이스의 저가차 투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닛산 역시 올해 인도를 시작으로 신규 저가 브랜드 닷선을 신흥시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시장별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자료=뉴스토마토)
그렇다면 해외시장에서 ‘제값받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어떨까?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전개해온 ‘제값 받기’ 정책을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의 고급화 전략은 기존 소형차 중심의 제품 라인업에 한계를 느끼면서 수익성이 정체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인도에 판매하고 있는 ‘i10’이나 기아차의 해치백 ‘씨드’가 여기에 해당된다.
고가와 저가 정책은 서로 유불리가 있다. 고급화 전략의 경우 수익성은 높지만, 불투명한 외부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저가의 경우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안전성이 높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폭스바겐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저가 브랜드 공세를 펼치며, 시장공략에 나선다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투 트랙 전략’을 지속해왔다. 개도국의 경우 차량 보급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고객 충성도를 높였고, 프리미엄 모델을 통해 수익성 극대화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일본의 토요타나 혼다, 닛산에 비해 저가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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