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양모씨 등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이른바 '청도군 민간인 학살사건' 피해자 및 유족 402명이 국가를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산하 정리위원회가 망인들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함으로써 피고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했고, 망인들의 유족인 원고들은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돼 허용될 수 없고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의 산정은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고, 일률적인 피해회복이 과거사정리법의 입법취지일 뿐 아니라 피해자 상호간 형평 역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며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원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상당하다"고 판시, 위자료가 증액되어야 한다는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 청도경찰서와 국군 정보국 소속 미국방첩부대 대원들은 청도군연맹 국민보도연맹원들을 좌익사상범으로 내몰아 신 모씨 등 84명을 경북 청도군 매전면 곰타재로 끌고간 뒤 집단 학살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정리위원회)는 청도지역 국민보도연맹원 집단 학살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 국가가 비밀로 보관해 온 처형자명부 및 좌익계열자명부를 확인한 뒤 2008년 7월17일 신씨 등 희생자 586명을 진실규명 피해자로 확정했다.
이에 유족 양씨 등이 학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내 1심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단,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양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다만 양씨 등이 청구한 최소 150여만원에서 최고 1억9000여만원 까지의 위자료를 최소 90여만원에서 최고 1억2000여만원까지로 제한했고 이에 양씨 등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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