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은 '환율'..현대차, 1분기 車부문 '역성장'
2014-04-29 13:00:00 2014-04-29 15:13:47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은 대체로 선방했다는 호의적 평가다. 양사의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총 199만9000여대로 200만대에 육박했다. 분기 사상 역대 최대치로, 전년 동기 대비 6.7%(양사 각각 4.8%, 9.9%) 증가했다.
 
현대차(005380)는 중국·터키공장 증설과 브라질공장 3교대 전환 등으로 생산물량이 증가했고, 내수시장에서도 신형 제네시스 등 신차효과에 힘입어 정체에 허덕이던 판매실적을 끌어올렸다.
 
기아차(000270) 역시 중국 3공장이 연초 가동을 시작했고, 2공장 역시 생산물량이 확대되면서 중국 등에서 해외 성장을 주도했다. 국내공장에서도 주간연속 2교대가 안정화되고, 광주2공장의 생산 능력이 좋아지면서 수출 판매도 늘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증가는 지속적인 영업망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향상, 여기에다 소비 여력을 뒷받침할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는 비단 현대·기아차에게만 우호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1위 토요타는 1분기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한 약 258만대를 팔아치웠다. 지난해 회계연도에는 전세계 완성차 업계 최초로 연간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토요타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GM도 각각 약 242만대와 240만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6% 증가한 수치를 내놨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회복과 함께 현대·기아차 역시 판매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음에도 최근 현대·기아차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은 원화강세로 인한 수익성 하락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심각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했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1조6490억원, 영업이익 1조93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3.7% 증가했다. 하지만 자동차부문 개별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대차의 1분기 자동차부문 매출액은 17조7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판매대수의 증가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쪼그라 들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조4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8.2%로 전년 동기 대비 0.2% 포인트 하락했다.
 
기아차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와 4.5%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역시 0.2%포인트 감소하며 뒷걸음질 쳤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로 환율을 꼽고 있다.
 
연간 230만대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에서 판매하는 대형 수출기업인 데다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있는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들의 화폐가치 하락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4월 초부터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11일 1031원60전을 기록하면서 5년8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 주요 진출 국가들의 화폐가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2%, 18.4%, 24.0% 하락해 1분기 수익성 증대를 막았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담당본부장(부사장)은 지난 25일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국내와 신흥국에서의 환율 급등 때문에 원가 상승 요인들이 발생하면서 수익성 개선 폭을 둔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2분기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서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의 주요 수출 대상국의 화폐가치 하락은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값 받기' 정책과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인한 수익성 증대를 정면에서 가로막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를 통해 자동차의 평균 단가를 높여가고 있음에도, 환율 등 민감한 지표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지 않으면서 경영전략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2014년 글로벌 출하는 전년 대비 6.8% 증가하며 처음으로 연간 500만대를 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 안팎의 성장으로 회계상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2분기 이후 주요국에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간판스타들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판매량 증대가 기대됨은 물론 기존 노후화된 모델을 판매하기 위해 썼던 인센티브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원희 본부장 역시 "2분기 이후 제네시스와 LF쏘나타의 출시로 판매 비용이 많이 감소될 것이기 때문에 마진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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