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밝힌 3만 세월호 추모 불꽃(종합)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음들이 모여야 한다"
2014-05-18 04:34:09 2014-05-18 04:38:06
[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세월호 참사 발생 32일째인 1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50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대응 각계 원탁회의'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시민 약 3만여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만여 명)이 참여해 희생자를 애도하는 한편 진상 규명과 정부의 책임을 요구했다.
 
이날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집회에는 가족단위 참가자와 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청계광장을 가든 메운 시민들은 "실종자를 구조하라, 아이들을 돌려내라. 박근혜가 책임져라, 진상을 규명하라, 끝까지 밝혀둘게"라고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17일 약 3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결집한 서울 청계광장 범국민 촛불집회(사진=장성욱기자)
 
안산에서 온 '엄마의 노란손수건' 대표 오혜란씨는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의 생사가 오가는 촌각의 시간에도 너무나도 무지하게 눈물 흘리며 기도만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처참에게 수장 당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오 씨는 "무능하고 탐욕스러우며 책임지지 않고 조작과 연출을 서슴지 않는 청해진 해운, 해경, 해수부, 정부 부처, 대통령까지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조목조목 따져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며 "두려워하지 않겠다. 망설이지 않겠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원탁회의를 대표로 발언한 김상근 목사는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온전한 정부가 아니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은 온전한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의 지키지 못한 죄를 반드시 물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이제 참사의 진상 규명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에게 맡겨선 안된다"며 "정부는 진심, 눈물, 가슴이 없다. 피해자 가족과 시민사회가 참여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이날 발언대에 오른 한 고등학생은 "19일 밤 시험공부 도중 sns를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려고 진도대교를 건너려 하자 경찰이 실종자 가족을 막아서려는 것을 봤다"면서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고민하다 가만있지 말자고 다짐해 친구들과 침묵행진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계, 언론계, 일반시민들의 자유발언을 통해 정부의 부실 대처를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정형곤 원탁회의 공동위원장은 "진상 규명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나서달라"며 "유가족들이 우리 시민사회단체를 국민 속에 놓아주었고 힘과 용기를 줬다. 이제 국민이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7일 청계광장에서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사진=장성욱기자)
 
청계광장 행사가 끝난 저녁 8시 15분부터 10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시민들은 청계광장에서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약 3.1 Km에 구간을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 <뉴스토마토>기자와 만난 일반시민 오동진씨(73세·서울거주)는 "정부가 신속하게 했으면 꽃다운 학생들을 다 살릴 수 있었는데 우왕좌왕해 그렇게 못했다"며 "(시민들이)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행진 도중 이동 구간에 대한 주최 측과 경찰 측의 이견으로 약 20여 분 간의 대치 상황이 있었으나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행진중 경찰과 대치중인 시민들.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사진=장성욱기자)
 
이후 밤 10시경 서울광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시민분향소 조문을 끝으로 이날 집회를 마감했다.
 
이 자리에서 주최 측은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오늘 만든 촛불이 광화문, 청와대, 전국까지 가득 메워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오는 24일 예정된 2차 촛불 집회를 예고하며 이날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밤늦게까지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집회 종료 후 분향소 참배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사진=장성욱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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