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기획재정부의 인사적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책 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열할을 하는 국장급 자리가 4자리나 수개월째 공석을 이어가고 있고, 고위공무원으로 가는 발판이 되는 부이사관 승진은 2년 넘게 막혀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에 따른 관피마(官+마피아) 논란으로 외부기관으로의 낙하산이 쉽지 않게 된 영향이 있다지만 그 이전부터 적체된 인사가 적지 않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인사 적체는 다른 부처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승진인사의 경우 인사권자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의지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기재부 내 공석중인 국장급 자리는 행정예산국장과 관세정책관, 협동조합정책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등 4자리다.
행정예산국장과 협동조합정책관, 복권위 사무처장직은 지난 2월 전임자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물러난지 석달이 지났지만 후속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관세정책관은 공석이 된지 무려 7개월이 넘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라는 말도 있지만 시스템으로 돌아가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관세정책관 자리의 경우 관세분야를 다루는 정부부처 중 유일한 실국의 결재권자이지만 7개월 째 주무과장이 모든 정책결정을 대리결재하고 있는 상황.
그나마 대리결재자인 주무과장도 교체된지 두달밖에 되지 않아 업무연속성이 떨어진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관세정책은 현장 실무부처인 관세청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얼굴이 비어있으니 관세청이 눈에 띄지 않게 무시하는 경향도 있고, 여러가지로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관세청은 법령이나 규정개정 등을 기재부 세제실과 논의하게 되는데 논의선상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개정방향이 틀어질수도 있다. 더구나 현재 관세청장은 세제실장 출신으로 세제실에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기재부 출신의 정부 고위관계자는 "행정이라는 것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자리마다 각자의 역할이 다 있는 것인데 비어있는 기간을 오래 가져가게 되면 무슨 문제가 생겨도 생기게 된다. 특히 관리자 공석은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인사적체는 승진에서 특히 심각하다.
고위공무원으로 가는 발판이 되는 부이사관 승진인사는 지난 2012년 9월 이후 사라진지 오래다. 지난 3월말 과장급 1명이 부이사관 승진을 했지만 외부(외교부) 전출을 명목으로 겨우 따낸 성과일뿐 기재부 내부에서 승진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 과장급 정기인사는 규모만 대형일뿐 승진자는 단 한명도 없이 전보인사만 실시됐다.
인사가 비정상적으로 지체되고 있으니 일각에서는 현오석 부총리가 서기관급 이하 직원들에 대한 불만을 인사로 표현한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
현 부총리는 지난해 기재부 서기관급 이하 직원(628명)들이 투표로 결정하는 내부평가에서 꼴지(워스트 상사)를 차지했다.
직전 장관인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직원들로부터 '닮고 싶은 상사'(베스트 상사) 1위로 꼽힌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이와 관련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월 국회에서 "현오석 부총리는 무역협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기재부에서도 최악의 내부평가를 받았다"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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