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국내 카메라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업계 1위 소니코리아가 미러리스뿐 아니라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업계 1위를 목표로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가운데 미러리스 카메라 업계 2위인
삼성전자(005930)는 미러리스 카메라 1위 자리를 내놓으라며 소니를 위협하고 있다. 물고 물리는 치열함이다.
미러리스 카메라 3위 싸움도 치열하다.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코리아와 파나소닉코리아, 니콘이미징코리아 등이 미러리스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올림푸스한국은 1위 재탈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미러리스 강자 소니, 렌즈교환식 카메라 왕좌 캐논 공략
소니는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0년 6월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한 후 46개월 간 단 4개월을 제외한 전 기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소니가 53%의 확고한 점유율로 시장을 수성한 가운데 삼성전자 30%, 나머지 회사들이 17%를 차지했다.
올해 소니는 미러리스 시장을 넘어 미러리스와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포함한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 엔트리급이 80%, 프리미엄군은 20% 수준이다. 엔트리급에서는 소니가 3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프리미엄군에서는 캐논이 44%로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에서 소니는 22%의 점유율에 불과하다.
이준열 소니코리아 알파마케팅팀장은 지난 19일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올해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35% 이상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면서 "마케팅 자원을 더 투입하고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소니코리아)
전체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서는 지난해 캐논이 37.6%를 기록, 11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소니는 캐논 뒤를 이어 31%로 집계됐다. 양사 간 격차는 6.6%포인트다.
소니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캐논과의 점유율 격차가 많이 줄었다"면서 "현재 미러리스 시장에서의 상승세를 기반으로 고급기종에서의 입지 확장을 통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을 보면 캐논보다 소니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국내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캐논이 강세인 DSLR 시장 규모는 작아지는 데 반해 소니가 주도하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커지고 있기 때문.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수량 기준으로 2012년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DSLR이 60%, 미러리스가 40%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미러리스가 DSLR을 따라 잡았다.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미러리스가 5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DSLR은 23%에서 27%로 4%포인트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업계 1위인 소니의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조만간 위협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스마트폰과의 차별화를 위해 콤팩트 카메라가 하이엔드급으로 출시되면서 미러리스 사용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가볍고 작아진 DSLR이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슷한 가격에 출시되면서 '샌드위치' 형국에 내몰릴 수도 있다.
캐논은 DSLR 시장에서 70~75%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절대 강자다. 국내 미러리스 시장이 커지면서 캐논도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주력은 DSLR이다.
실제 캐논은 지난 2012년 미러리스 카메라를 처음 선보인 이후 2년 간 단 2개의 제품만 선보였다. 전 세계 시장에서 미러리스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캐논으로서는 굳이 미러리스 시장에 주력할 이유가 없는 것.
캐논의 자리를 목표로 한다는 소니의 엄포에도 캐논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캐논 관계자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4% 정도의 점유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며 "긴장은 해야겠지만 짧은 시간에 시장을 엎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논은 올해 입문용 DSLR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미러리스 카메라 사용자나 카메라를 처음 접해보는 소비자가 타깃이다. 소니가 프리미엄급을 공략한다면 캐논은 입문자용을 노크하는 것. 양사가 상대의 주력 시장을 공략하는 셈이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앞서 출시한 전문가용 DSLR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면서 "캐논과 니콘의 입지가 매우 견고하기 때문인데 올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흥미롭다"고 말했다.
◇미러리스 톱3 각축전..후지필름·올림푸스 '유력'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변동도 예상된다. 지난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한마디로 소니의 독주였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업계 2위인 삼성전자가 '미러리스 시장 1위'를 선언하며 소니를 위협하고 있다. 임선홍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그룹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갤럭시K 줌' 미디어데이 행사 직후 "올해는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해야 한다"면서 "무선사업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카메라를 세계 1위로 만들라는 특명이 떨어진 후 카메라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후 다양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으나 시장에서 이렇다 할 반향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러리스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하며 소니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내년에는 세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 카메라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NX30'이 미국 컨슈머리포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카메라 품질과 인지도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 카메라 제품이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정상에 등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미러리스 카메라 NX미니와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코리아의 X-T1, 올림푸스한국의 OM-D E-M10 (사진=각사)
미러리스 시장에서 소니와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20% 이상 벌어져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의 1위 등극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마케팅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1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러리스 업계 3위 싸움도 치열하다. 소니와 삼성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8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올림푸스와 후지필름, 파나소닉, 니콘, 캐논 등이 각각 한 자리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후지필름은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3위를 선언하며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이미 미러리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판단이다.
임훈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부사장은 지난 2월 열린 X-T1 공개 행사에서 "다른 회사가 구사한 방식이나 프로모션을 따라간다면 백전백패할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경쟁사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행사를 예로 제시했다.
파나소닉은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인 루믹스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4K UHD 고해상도 촬영을 지원하는 '루믹스 GH4'를 출시, 영화나 방송 촬영을 주로 하는 전문가들을 공략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다. 다른 회사들과 3위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1위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시장이 태동할 때 1위였으나, 이후 분식회계와 한국 사장 횡령 혐의 등으로 주춤했다.
현재 올림푸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펜(PEN) 시리즈를 내세워 미러리스 카메라 대중화에 나서는 동시에 OM-D 시리즈로 카메라다운 카메라를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배우 하정우를 모델로 내세워 3년 만에 TV 광고를 론칭했다. 광고에서 하정우는 '셀카나 찍는 카메라가 되지 마라'며 소니와 삼성전자를 정면 공격했다. 올림푸스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유독 미러리스 카메라가 인기인데, 올해도 인기를 이어갈지, 소니가 미러리스 1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캐논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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