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이혼, 외국법원이 "자국 관할" 판결해도 한국서 소송 가능
대법원 "국제재판 관할은 병존..국민 권익 위해 관할 인정해야"
2014-05-22 12:00:00 2014-05-22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이 이혼하는 경우 배우자 국가의 법원으로부터 자국에 관할권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고, 이혼의 합의가 임시로 성립됐더라도 한국에서 이혼소송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장모씨(34)가 스페인 국적의 남편 권모씨(43)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한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인정되므로 서울가정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국제재판관할은 소송당사자들의 공평, 편의, 예측가능성과 같은 개인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재판의 적정, 신속, 효율 및 판결의 실효성 등과 같은 법원과 국가의 이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명백한 의사로 재판을 청구했고 원고와 아들 국적이 대한민국인 점, 아들이 한국에서 출생해 현재 한국 유치원을 다니고 있으며 원고와 함께 한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점, 원고와 피고의 결혼식과 혼인신고가 한국에서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해보면 한국 법원에 재판관할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의 청구에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 국민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아들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청구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러한 사항까지도 한국 법원이 관할할 수 없다는 것은 한국 국민에 대한 법의 보호를 포기하는 결과가 되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장씨와 권씨는 대구에서 2006년 8월 결혼한 뒤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스페인으로 건너가 가정을 꾸리고 잠시 살다가 장씨는 수술을 하기 위해 같은 해 10월 귀국했다.
 
수술을 마친 장씨는 스페인으로 돌아가기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임신사실을 알게 돼 한국에서 계속 지내면서 2007년 12월 아들을 출산했으며, 그때까지 생활하고 있던 아버지 집을 주소로 아들의 주민등록을 마쳤다.
 
장씨는 2009년 3월 아들과 스페인으로 돌아가 남편과 함께 살았는데 2011년 6월 권씨가 스페인 여성과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권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권씨 역시 스페인 법원에 장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장씨는 스페인 법원의 소송과정에서 아들의 양육권을 자신이 갖고 권씨는 양육비로 매월 500유로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시조치에 합의하면서도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스페인 법원에 재판관할권에 대한 위반청구를 냈으나 각하됐다.
 
이후 진행된 한국 법원에서의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권씨의 국적과 주소지가 스페인이고, 아들이 한국과 스페인의 이중국적을 가진 점, 가정생활은 대부분 스페인에서 이뤄진 점 등을 이유로 장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한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을 인정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크고 스페인 법원에서만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한국 국민인 원고에게 가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1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권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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