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국내 석유제품 가격변동이 정부의 관리소홀과 석유공급업체간의 담합·폭리 등으로 국제원유 가격과의 연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휘발유와 경유, 액화천연가스(LPG) 등 석유제품은 서민경제에 영향력이 높은 공공재 성격의 상품임에도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국내 유통·가격구조 때문에 가격이 투명하게 결정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12일 공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유·주유소업계과 학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위 회의실에서 열린 '국내휴발유가격의 비대칭성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토론회에 참가한 홍명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획일화된 해외 수입선과 판매가격의 차별화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공급사는 명확한 산출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해 국제유가와 환율변동에 따른 모든 제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전무는 한국과 4.5배정도의 물가수준의 차이를 보이는 일본의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34원, 경유는 120원, 수송용 LPG는 155원 정도 가격이 비싼 수준"이라며 "이를 소비자 추가부담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4조759억원의 비용을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08년 기준 한·일간 석유제품 가격비교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 교수는 "국제유가에 따라 상승하는 국내유가가 정유사의 폭리 때문인지에 대한 논란은 유가자율화 이후 지속돼 왔다"며 "논란을 야기하는 정유사의 투명하지 못한 휘발유 가격 결정방식을 투명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배 에너지 경제연구원 실장도 "가격비대칭성 문제를 일반화하기 위해 비대칭성이 의심되는 구간을 설정해 해당 구간을 분석해야 한다"며 "석유제품 도매시장 경쟁촉진을 위해 유통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원철 대한석유협회 상무는 "단순한 가격비대칭성 분석은 시장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상대적 지표에 불과하다"며 "불공정행위와 폭리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10월 공정위가 남재현 서강대 경제학교수와 오선아 서울대 경제연구소 박사 등 분야별 전문연구진에 발주한 '정유산업의 경쟁상황과 가격결정패턴'이라는정책연구 용역의 결과를 관련기관에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용역결과 발표에서 오선아 박사는 "국내휘발유 도소매가격은 국제휘발유가격, 국제원유가격, 원유도입가의 변동에 대해 다양하게 반응하지만 대부분 국제휘발유가격보다는 원유도입 가격에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또 "지난 10여년간 국제휘발유가격이 1원 상승하면 이후 3개월간 국내 소매가격은 1.24원 오른데 반해 1원 하락할 경우는 0.92원만 낮아지는 등 비대칭성은 일정부분 사실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남재현 교수는 주유소 휘발유 소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유소 주변지역에 대해 분석했다.
남 교수는 "주변 경쟁 주유소가 많은 지역이나 주유소의 정유사 상표표시제(폴 사인제) 폐지로 등장한 무폴주유소가 있는 지역, 경쟁주유소간 거리가 짧은 지역일 수록 가격이 보다 싸다"고 발표했다.
남 교수는 또 "특히 무풀주유소가 반경 1km이내에 위치한 지역의 경우 휘발유가격이 리터(ℓ)당 40원정도 차이가 났다"며 "주유소의 공시지가도 소매가격에 영향을 줘 땅값이 비싼 서울 종로구와 강남구, 용산구 등의 판매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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