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보건복지부가 10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진출 확대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영리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발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 간의 견해가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
복지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 활성화, 환자·종사자 편의 증진, 의료기술 활용분야 등을 중점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단체 또는 개인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개정의 목적은 의료법인의 경영난 타개로, 그간의 요구에 대한 일종의 수용이자 화답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 방침을 맹렬히 규탄했다.
이들은 "의료법인의 영리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중 가장 논란이 많았고, 반대도 심했던 핵심사안"이라며 "의료법인의 비영리성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 의료체계를 뒤흔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돈벌이에 치중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을 국회 논의 없이 행정부의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 제시만으로 밀어붙이려는 행정 독재이자 입법권 침해"라면서 "이 모든 논란과 반대에도 박근혜 정부는 기어코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의료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쟁수단인 파업을 준비하고 의료민영화 정책을 무력화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11일 유지현 위원장 단식농성 돌입, 12일 비상 간부 결의대회, 16일부터 전 지부 농성 돌입과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24일 총파업 돌입 등 전면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료민영화에 대해 줄곧 반대 뜻을 보인 데 이어 이번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은 입법예고 기간 개정안에 관한 의견서를 복지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은 환자와 종사자의 편의를 위해 부대사업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의료관광 활성화로 의료법인의 경영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인 이번 방침과는 맞지 않는다"며 "의료법인에 자본이 투하됐을 때 본래 사업인 의료에 왜곡이 오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민영화 반대의 선봉에 서다 대의원회와의 갈등으로 물러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규제 완화를 내세운 전시행정으로 의료계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현재 의사협회 내부 사정으로 정부와 싸울 여력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병원들은 이번 부대사업 확대 방침이 산업적 측면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 서울지역 대형병원 관계자는 "새로운 부대사업으로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고, 전체 의료산업의 파이를 키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의 사례처럼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식 의료민영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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