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삼성전자(005930)가 UHD TV 사후관리의 일환으로 45만원 상당의 에볼루션 키트를 무상 지원하기로 하면서 UHD 생태계 구축 선점을 위한 제조사간 경쟁이 격화됐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실시간 UHD TV 지상파 실험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자사 2014년형 UHD TV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2013년형 제품 구매자에게는 방송 수신을 위한 UHD 에볼루션 키트(SEK-2500)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에볼루션 키트를 구입했던 소비자에 대한 보상은 현재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사후관리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하기 전까지 삼성 UHD TV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볼 수 없었다. 지상파에서 송출하는 UHD 방송규격을 수신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5만원에 판매되던 UHD 에볼루션 키트를 장착해도 상용 유선 UHD 방송인 유맥스(UMAX)만 시청 가능했을 뿐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LG전자(066570)가 지난 13일 동글형 UHD 실험방송 수신기기를 무상 지원키로 하고, 다음달 1일부터 A/S기사 방문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LG전자의 선수로 지상파를 통해 브라질 월드컵을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는 제품에 LG UHD TV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불과 전주까지 45만원에 에볼루션 키트를 판매하다가 갑작스럽게 태도에 변화를 준 이유는 LG전자의 이 같은 무상 사후정책에 대한 긴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올해 UHD TV가 TV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생태계 구축의 선점권을 LG전자에게 넘겨주는 것은 자존심 차원에서 허락되지 않았다는 전언.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형평성 차원에서 기존 에볼루션 키트를 유상으로 구매한 소비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 돈을 주고 에볼루션 키트를 구입한 소비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곧바로 맞받아 쳤다. 당초 내달 1일 이후부터 가능했던 UHD TV 업그레이드를 앞당겨 이번 주부터 실시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오는 29일부터 시작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전도 지상파 UHD 생중계를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8강전과 결승전만 시청이 가능했다.
이처럼 주요 제조사들이 UHD TV 생태계 구축을 위해 경쟁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은 즐거워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가 경쟁사의 무료 사후관리 정책에 대응하는 다소 ‘속보이는’ 전략이라는 일부 혹평도 존재하지만 양사가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UHD 생태계가 채 구축되기도 전에 양사가 제품 판매에만 집중했지만, 이번 사후관리 문제를 계기로 향후 생태계 구축의 주도권을 놓고 보다 적극적으로 경쟁할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UHD TV의 경우 제품의 품질 자체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구축을 선점하는 쪽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봐도 그렇고, 양 제조사 역시 서로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UHD 에볼루션 키트(SEK-2500)'(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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