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팬택, 어디로..뜸들이는 이통사 왜?
2014-07-01 17:16:55 2014-07-03 11:08:16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팬택의 채무상환 유예 만료 기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팬택이 워크아웃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공중분해 되느냐가 이동통신사의 결정에 달렸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팬택은 지난 2월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한 달 뒤인 지난 3월 채권단의 기업회생 절차가 받아들여지면서 팬택과 관련한 모든 채무는 유예됐다. 지난달 4일 채권단과 합의한 채무상환 유예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채권단의 합의에 따라 이달 4일로 연장됐다. 더 이상의 연장은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팬택 정상화를 위해 채무를 출자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3000억원에 달하는 채권단의 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해 팬택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동시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 1800억원을 출자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 경우 총 4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추진되고, 팬택은 회사 운영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통 3사는 1일 "아직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팬택의 명운이 이통사 결정에 판가름나게 되면서 초조함만 커졌다.
 
이통사들이 채권단 요구대로 출자 전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통사가 채권단 요구를 수용해 출자 전환한 결우 퀄컴과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낮아지는 반면 은행권 다음으로 높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팬택에 대한 이통사의 책임 요소가 더 커지는 셈이다. 이는 또 팬택 물량을 최소 생존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팬택을 외면하기에는 국내 토종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고스란히 맞을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입김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팬택이라는 완충지대를 적절히 이용할 경우 기존 갑의 위치를 유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당장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팬택 직원들뿐 아니라 2·3차 협력사 직원들까지 포함해 6~7만명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최근 세월호 여파와 환율 영향 등으로 국내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이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팬택 사옥(사진=팬택)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출자전환하는 게 이통사에게도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팬택이 파산할 경우 당장 이통 3사는 팬택의 재고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이통 3사가 보유한 팬택 재고 휴대전화 물량은 70만대 수준으로, 단말기 평균 출고가를 70만원 기준으로 할 때 5000억원 수준이다.
 
팬택이 파산하게 되면 단말기를 처분하기도 쉽지 않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기를 꺼릴 뿐 아니라 사후서비스(AS) 등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또 이통사 입장에서 단말기 제조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만 있는 것보다 다수의 업체가 시장에서 자율 경쟁을 하는 게 수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제조사 수가 줄면 그만큼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는 곧 주도권을 제조사 측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이 뜸을 들이는 것은 이번 고비만 넘긴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갈 길이 멀다. 향후 무상감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고, 팬택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추가자금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통사들은 팬택의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LG에 이어 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팬택은 스카이·베가 등을 통해 단말기 제조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결국 자본싸움에서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 제품의 90% 정도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데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사실상 멈췄다"면서 "이런 가운데 외산폰들까지 진출하고 있어 팬택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팬택은 정부에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오는 10월1일부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면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보조금 공시제를 시행해야 한다.
 
보조금 공시제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보조금 가이드라인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적용되는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인데, 이는 지난 2010년 정해진 기준이므로 현 시점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박창진 팬택 부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단말기 보조금 상한 정책방안 토론회'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처한 기업이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며 "경영난으로 특수상황에 처한 기업은 보조금 상한 규제에서 제외되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팬택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팬택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초조하게 이통사만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가 세 곳 밖에 없는 상황에서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시장 판도는 바뀔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이통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다들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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