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논란 속 중진공, '낙하산' 진통
2014-07-02 17:28:20 2014-07-02 17:32:41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세월호 참사로 인한 해피아 논란이 관피아, 정피아, 법피아로 확산되며 정부가 척결 의지를 밝힌 가운데,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낙하산 상임감사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은 2일 서울 여의도 중진공 앞에서 '낙하산 감사 퇴진 촉구 집중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 박용석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본부장, 유정우 공공운수노조 중소기업유통센터지부장 등 수뇌부와 중진공 조합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인 이영애 중진공 상임감사의 임명 철회와 함께 공공기관에서 모든 낙하산 인사가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2일 서울 여의도 중진공 본사 앞에서 '낙하산감사 퇴진 촉구 집중집회'가 열렸다. (사진=이지은기자)
   
집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이전 상임감사인 손광희 벤처기업협회 부회장도 중소기업청에서 내려온 사람이라 관피아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소기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 큰 반발은 없었다"며 "이영애 상임감사는 중소기업 관련 업무 경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령 전부터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과 관련해 무리한 청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어 상임이사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한 해 3~4조원을 주무르는 중진공 경영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상임감사가 제어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수행할 지 의문"이라며 "이번 인사는 관피아보다 더 심각한 정피아로 볼 수 있고,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를 척결하겠다고 하는 와중에 나온 인사라 정부의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진공 측은 "이날 집회는 노조 전임자 3~4명 외에는 민주노총 등 외부 사람들이 주를 이룬 집회"라며 "직원들은 계속되는 시위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고, 우선 외부에서 온 감사가 일하는 것을 보고 판단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은 서문을 통해 "계속되는 아침 시위와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현 상황에 대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직의 문제는 조직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외부로의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중진공 신임 상임감사에 지난달 10일자로 이영애 전 의원을 발령했다. 이에 노조는 다음날인 11일부터 이 상임감사의 임명에 반대해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또 지난 1일에는 기재부에 공문을 보내 이 상임감사의 임명 철회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달 21일 경남 진주시로 본사 이전을 앞둔 중진공은 이번 인사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계속된 잡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중진공 경기동부지부 직원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창업자금 등을 대출해 주면서 사례비 명목으로 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으며, 올 3월에는 자회사인 중소기업유통센터 임직원들의 비리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되며 여론의 직격탄을 맞아야만 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18일 기재부가 발표한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중진공은 3년 만에 C등급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한 단계 하락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중진공의 낙하산감사 퇴진 촉구 집중집회 현장. (사진=이지은기자)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비단 중진공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달 9일 중소기업유통센터 상임감사에 용산역세권개발 경영본부장인 윤정균씨가 임명됐으며, 오는 8월 감사 임기가 완료되는 사학연금도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기관장이나 감사가 바뀌는 공공기관이 많아 이러한 논란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세월호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관피아 등은 사회 전반의 상식과 어긋난 측면이 있다"며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와 관피아, 정피아 관행을 막으려면 임명 과정에서부터 외부 시스템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고, 공직윤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나 공익제보자보호법 등 제도적 장치가 더 탄탄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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