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의 합병은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개편과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다.
유무선 결합, 방송통신 융합 등 다양한 컨버전스 흐름으로 통신사업자 간 경계가 사라지는 가운데 매출 20조 규모의 '매머드' 통신업체의 출현은 새로운 경쟁환경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KTF 합병에 반대해온 SK텔레콤 진영과 LG그룹 통신 3사, 케이블TV 진영 역시 시기의 문제일 뿐 KT의 뒤를 이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KT 위용 = KT는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인가 결정으로 오는 27일 합병 주총을 열고 다음 달 16일까지 주식매수 청구를 받는 데 이어 5월 18일 국내 최대 통신기업으로 거듭난다.
유선시장 1위인 KT와 무선시장 2위인 KTF를 합친 '통합 KT'는 외형적으로 매출 18조 9471억 원, 자산 24조 1293억 원, 영업이익 1조 4604억 원, 당기순이익 5243억 원, 직원 수 3만 8000명(2008년 말 기준)의 거대 통신공룡이다.
가입자 기준 시장점유율(1월 기준)을 살펴보더라도 유선전화의 89.8%, 이동전화의 31.5%, 초고속인터넷의 43%를 차지하며, 여기에 IPTV와 같은 뉴미디어 서비스까지 겸비해 진정한 방송통신 선두업체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통합 KT는 앞으로 유무선 융합을 통해 유선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합병의 의미는 단순히 유선시장의 지배력을 무선시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무선 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경쟁의 틀을 창출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KT는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 같은 의지는 지난 1월 이사회 이후 제시한 ▲컨버전스 분야의 리더십 발휘 ▲글로벌 사업자로의 변신 ▲유선사업 효율화 ▲IT산업 재도약 견인 등 통합 KT의 4대 목표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이석채 KT 사장도 경쟁업체들의 '유무선 지배력 전이' 우려에 대해 "합병은 KT란 회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IT산업의 동맥경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통신업계 빅뱅 신호탄 = 통합 KT 출범은 LG데이콤-LG파워콤 합병,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합병 추진 등 새로운 통신 '빅뱅(Big Bang, 대폭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 KT가 몸집 키우기를 통해 본격적인 컨버전스 시대의 리더십 선점에 나설 계획인 만큼, 이를 좌시하지 않으려는 경쟁업체들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선 LG 통신 계열인 LG데이콤과 LG파워콤 간 합병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게 중론으로, 업계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업체 내부에서도 통합 KT 출현으로 양사 간 통합이 예상보다 빨리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 진영은 통합 KT와 경쟁하기 위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로 이원화된 현 구조를 단일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SK네트웍스와 SK텔링크 등 통신계열사들의 조직 및 업무 통폐합 등 전열 재정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장 포화로 성장이 정체된 만큼 앞으로 '공룡 KT'에 맞서려면 어떤 형태로든 SK그룹 내 유선사업 구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물론 SK텔레콤은 현재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에 대해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 인수의 걸림돌인 청산소득세 문제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해결되는 만큼 앞으로 물밑 인수 검토는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KT 합병은 컨버전스 경쟁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며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 간 융합을 통한 컨버전스 흐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번 합병을 계기로 인수합병을 통한 통신시장 구조개편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 몸집 키우기 '가속도' = 통합 KT호의 출범에 따른 파고는 통신 시장을 넘어 유료방송 시장에도 밀어닥칠 전망이다.
우선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의 인수합병 바람을 한층 가속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통신업계의 IPTV 상용화, 케이블TV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및 인터넷전화 시장 공략 등 방송통신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통신과 방송의 영역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통신업체에 맞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거대 MSO가 출현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금처럼 케이블 업계가 소규모에다 지역기반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쪼개져 있으면 상대적으로 전국 사업을 하는 통신업체와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소유 겸영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연말 공포, 시행된 이후 예상된 케이블TV 업계의 인수합병 바람이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로 현실화된 대목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규제환경 측면에서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소유 겸영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연말 공포, 시행되고 있는 점도 케이블진영의 몸집 불리기에 유리한 토대가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MSO 간 합종연횡뿐만 아니라 케이블TV사업자와 통신업체 간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방송은 방송 끼리 통신은 통신 끼리 합병하는 이른바 동종교배가 큰 흐름이었다면 앞으로는 방통융합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이종 사업자 간의 합병이라는 이종교배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면서 "이종 사업자 간의 합병은 소비자 편익과 국가경쟁력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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