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자본시행법 시행으로 관리 근거가 사라진 공탁금을 증권사들한테 돌려주지 않고 있어 해당 증권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법원은 공탁금 반환과 관련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데다 미반환 책임을 금융위원회에 떠넘기고 있어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정책과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탁업을 하려는 금융기관은 자본금 일부를 법원에 맡겨야 한다는 신탁업법 규정에 따라 증권사별로 수억원을 담당 법원에 맡겼으나 지난달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에서 해당 규정이 폐지돼 증권사들은 공탁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서울 종로와 을지로에 본사를 둔 삼성증권과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담당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통해 공탁금을 반환받았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 증권사가 몰려 있는 여의도를 담당하는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중앙지법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공탁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남부지법의 담당 공탁관은 금융위원회가 공탁금 반환을 승인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면서 공탁금을 되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담당 공탁관은 "업무편람에 보면 공탁근거법령 폐지와 관련한 회수 절차가 나와있지 않으면 공탁 원인이 소멸했다는 관청의 승인서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어 승인서를 요구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금융위원회에 공문을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금융위원회가 "공문을 보낼 수 없다"고 해 공탁금 반환 노력이 무위로 끝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탁금 관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폐지됐으면 당연히 돌려줘야지 해당 법률이 없어졌다는 내용의 공문을 관청에서 관청끼리 보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문 발송을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증권사들은 법원과 금융위의 책임 전가로 공탁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지자 법원행정처에 민원을 제기해 그 결과를 지켜보고 만약 이마저도 거부되면 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원을 내는 증권사는 여의도 소재 11개 증권사와 1개 은행으로 이들이 맡긴 공탁금은 60억원을 넘는다.
증권사 관계자는 "법원이 관련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공탁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을 보고 친기업정책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여전히 관이 국민에게 군림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공탁금을 돌려준 중앙지법은 해당 규정을 어겼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도 공문 한 장만 발송하면 될 텐데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우리 처지가 꼭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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