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설 곳이 줄고 있다
경기 악화되면서 생필품 수요에 밀려
스마트폰 카메라 고급화로 카메라 외면
2014-07-07 17:59:36 2014-07-07 18:04:11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카메라 시장은 점점 작아지는데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은 갈수록 진화하면서 파이를 넓히고 있습니다. 어찌 걱정이 없겠습니까."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것은 반문이었다. 우문현답. 괜한 엄살 같지만 지난해 실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에 주력하는 회사들뿐 아니라 미러리스카메라, 콤팩트카메라 업체 모두 실적이 감소했다.
 
그나마 미러리스카메라 1위인 소니코리아는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체면을 차렸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소니코리아의 매출액은 1조30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5억9800만원, 81억5800만원으로 47.8%, 44.2% 줄며 반토막 났다. 특히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3년 연속 줄었다. 많이 팔고도 남는 게 없으니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현재 소니코리아는 소비자가전, 방송장비 및 전문장비, 전자부품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이다. 소니코리아가 각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사업이 부진했는지 알 수 없다.
 
대신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성장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지켜나가고 있다"며 카메라 부문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번 영업이익 감소는 PC 사업부 매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소니 본사는 지난 2월 PC 사업부를 일본산업파트너즈(JIP)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재고 보상 절차에 들어갔고, 이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인해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사진=올림푸스홈페이지)
 
올림푸스의 한국법인인 올림푸스한국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매출액이 1322억2800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이에 반해 영업이익은 60.8% 급감한 93억500만원을 기록했으며, 11억95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림푸스한국 역시 소니코리아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카메라 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사업(내시경·수술처치도구)과 영상산업(카메라·렌즈), 생명/산업사업부(현미경·산업용내시경) 등을 영위 중이다.
 
올림푸스도 각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지표는 올림푸스한국의 카메라 시장에서의 부진을 설명해 준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매출 기준 올림푸스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7.2%에서 지난해 5.5%로 1.7%포인트 줄었다.
 
이에 대해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는 "카메라 사업이 부진했던 것도 실적 하락의 한 요인이겠지만 지난해 의료·내시경 부문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영업비용이 크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90억6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0.4% 줄었다. 영업손실은 11억1500만원, 당기순손실도 6억82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2012년 11월에 법인이 세워진 후 만으로 사업 1년2개월차"라며 "초반에는 고정비 지출 등 여러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를 포함한 전체 렌즈교환식 카메라 업계 1위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매출 3028억4500만원, 영업이익 97억8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1.8%,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4.5% 감소한 91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캐논은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영업이익이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카메라 시장 자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같은 매출 감소는 경기 탓"이라며 "카메라는 생필품이 아니다보니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탑재되면서 카메라업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제조사들은 하나둘 카메라에서 차별화의 포인트를 찾기 시작했다.
 
2000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부터 레이저를 탑재한 빠른 자동초점(AF) 지원, 아웃포커싱 효과 등의 기능을 탑재하며 카메라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의 교집합이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업계가 스마트폰과의 차별점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술 영역이 무너지면서 이 같은 노력도 무색해졌다"며 "카메라 전문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의료분야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카메라 시장이 작아지는 추세"라며 "조만간 인수합병이나 매각 등의 개편을 통해 업계도 자연스레 정리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DSLR업계 2위인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공시일도 미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