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벗어나는 일본 인터넷업계
2014-07-08 17:23:42 2014-07-08 17:38:43
[도쿄=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잘라파고스’라는 말이 있다.
 
일본을 뜻하는 ‘재팬’과 고립을 상징하는 ‘갈라파고스’가 합쳐진 말이다. 잘라파고스는 많은 일본 IT기업들이 지나치게 내수시장에 집중하고 자신만의 표준을 고집함으로써 글로벌시장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본 IT산업 쇠퇴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분야만 하더라도 상당히 독특한 환경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핵심키워드로는 ‘아이모드’를 꼽을 수 있다.
 
아이모드란 피처폰 기반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한 형태로서 이메일, 게임, 음악, 정보검색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지원한다. 외부 플랫폼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수준이 스마트폰에 근접해 이용자, 통신사, 제조업체, 콘텐츠업체 모두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일본 인터넷시장은 점점 더 고립됐다.
 
이에 소프트뱅크가 변화를 모색했다. 일본 통신시장은 국내와 비슷하다. 오랜 기간 NTT도코모가 50% 이상 점유율을 가져가고 KDDI와 소프트뱅크가 30%, 18%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만년 3위 통신사였던 소프트뱅크는 회심의 카드로서 2008년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로이터통신)
 
초반에는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꾸준히 투자를 실시하고 앱마켓을 토대로 해외사업을 벌이려는 콘텐츠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고립되지 않은’ 모바일 생태계가 등장한 것이다.
 
복수 리서치기관에 따르면 일본 스마트폰 보급률은 드디어 50%에 이르렀다. 선진국 치고는 높다고 볼 수 없으나 잘라파고스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돌풍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아이모드와 달리 공짜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자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편의성과 톡톡 튀는 디자인을 앞세워 라인은 일본에서 구글과 야후재팬에 이어 가장 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인터넷 서비스가 됐다.
 
◇ 라인이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일본은 거점시장으로서 역할을 했다. (사진=네이버)
 
보수적이었던 통신사들도 자세가 바뀌었다. 사실 이들이 스마트폰 생태계에 포함된다는 것은 그간 지배했던 콘텐츠 유통로를 애플과 구글에 넘겨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KDDI가 2011년, NTT도코모가 2013년 아이폰을 내놓기 이른다. 이쯤 되니 콘텐츠업체들로서 스마트폰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멸과 같은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 인터넷업계에서 혁신의 물결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쉽게 전망할 수 있는 것은 글로벌시장 최신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것이며 여기에 투심이 몰린다는 것이다.
 
일본 IT미디어 <더브릿지>의 이케다 마사루 편집장은 “모비다재팬, 사무라이 인큐베이트, 도코모 이노베이션 빌리지 등 다수 벤처 육성기관이 등장해 스타트업 열기가 거세지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솔루션기업 어센트네트웍스의 박세용 대표는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본은 대단한 IT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하드웨어 분야에 노하우가 많은 만큼 웨어러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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