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우체국 알뜰폰' 사업자 개편이 '기존 6개 사업자 유지와 대기업 참여 여부'로 프레임이 짜여지는 가운데 나머지 중소업체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새로운 중소사업자의 참여 기회가 매우 작을 뿐더러 기존 6개 사업자가 선정될 당시 특혜 시비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개편을 계기로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체국에 입점된 알뜰폰 사업자는 ▲에넥스텔레콤 ▲스페이스네트 ▲아이즈비전 ▲에버그린모바일 ▲머천드코리아 ▲유니컴즈 등 6개사다. 이들은 지난해 9월27일 우체국과 1년 단위 수탁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오는 9월27일 종료된다.
이에 따라 6개사의 재계약이 이루어질지, 사업자가 추가 혹은 교체될지, 변동이 생긴다면 과연 대기업 계열사가 포함될지 여부에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기존 6개사 '재계약' 유력..여타 중소업체 "기회를 달라"
"작년에 우체국이 제시한 조건에서 여력이 충분치 않아 사업자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올해는 꼭 참여하고 싶은데, 시장 분위기가 기존 플레이어를 두고 2개 사업자 정도 덧붙이는 것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우체국 판매를 하지 않고 있는 한 중소사업자 관계자는 이렇게 언급하며 "우정사업본부(우본) 측에 심사받고 싶다는 점을 피력했는데 아직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추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1~2개 사업자가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지만, 기존 6개 사업자의 재계약이 합당한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6개 사업자는 업체가 전면 교체될 경우 사업상 시행착오를 또다시 겪어야 하며 새 사업자가 정착하는데 시간 및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선 우체국 판매 프로세스가 6개사의 주장처럼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논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6개 사업자가 선정될 당시 특혜 시비도 겪었던 만큼 이번엔 공정성·형평성 차원에서 전 사업자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1년 전 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KMVNO)는 망 임대자인 기간통신사업자(MNO)별로 2개사씩, 총 6개사의 우체국 알뜰폰 사업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 당시 협회 이사사가 포함되면서 선정 기준과 특혜 시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알뜰폰 사업자가 30여갠데, 15개 정도의 협회 회원사와 그 절반 가량인 이사사가 과연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느냐"며 "협회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자들은 우체국 입점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소사업자 관계자는 "우리도 우체국에 들어가고 싶어서 나머지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고, 협회를 통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나 우본의 승인을 요청하려고 한다"며 "우체국에 들어가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인 사업자도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들은 조금이라도 창구를 늘려야 살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우체국에 입점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고 싶어도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우체국 판매를 하고 있는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중소사업자 참여에 반대하지 않지만 기존 사업자가 다 빠지고 새판짜기를 한다고 해도 요건을 만족시키는 업체가 많지 않다"며 "가입자수, 재무구조, 고객센터 구축 등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존 사업자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기여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전국 200여곳 우체국을 모두 찾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판매 교육을 실시했고, 전산시스템 등 기본 인프라를 갖추고 적응하는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α' 좁은문 대기업 진출?.."미래부·우본은 여론 눈치만"
현재 기류는 기존 6개 사업자에 1~2개 사업자가 +α로 선정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추가 사업자 선정에 대해선 과연 대기업 계열사가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애초에 우체국 수탁판매는 중소사업자의 열악한 유통망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강했고, 대기업 계열사를 선정하기엔 여론의 반감도 만만치 않아 전반적으로는 중소업체가 추가 선정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우체국 수익성과 시장 확대 측면에서 대기업의 역량도 필요하다는 점, 회비 부담 등 협회 내 역할에 비해 사업에서 배제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논리 등에 따라 대기업 계열사가 조건을 갖추고 들어온다면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앞서 1차 사업자 선정 때 협회 측에서 "1년 뒤에는 대기업 진출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협의한 점도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에 대해 중심을 잡아줘야 할 미래부와 우본 측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체국의 수익성과 운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 참여도 고려하고 있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는 상황"이라며 "1차 사업자들의 계약이 종료되는 9월까지 다들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본 측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6~8개 사업자라고 한다면 수익성이 좋은 상위 2~3개 업체는 남겨두고 나머지 사업자는 교체한다든가, 고객 불만건수가 높은 사업자를 교체대상으로 지정한다든가 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열심히 하는 사업자는 계속 가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또다른 사업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