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연일 내수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내수 경제지표는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어 실제 내수부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직후 확장적 재정정책을 기조로 하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내놓더니 최근에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를 촉진하는 내용이 세법 개정안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국내 소비와 투자는 줄고 해외소비와 투자만 늘면서 국내로는 돈이 안 모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단기부양책 대신 경제주체의 구매력을 회복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등의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민간 소비증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0.3% 줄어 7분기만에 가장 낮다. 소비증가율 감소는 높은 물가 탓이 큰 데 지난 5월과 6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5%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유통가 매출동향도 침울하다.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줄었고 백화점은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로는 돈이 자꾸 나간다. 올해 1분기 국내 소비자의 해외 카드 이용액은 28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6% 늘었으며 해외 직접구매도 2009년 이후 연 40%대 성장하고 있다. 또 상반기 해외 관광지출액은 96억달러로 2012년 6월 이후 2년째 오름세다.
이러다 보니 상반기 소비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고,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더라도 국내 경기회복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최근 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연초 4.1%보다 0.2% 포인트 낮춘 3.9%로 재설정했다.
이처럼 국내 내수부진 뚜렷하지만 정부의 방안에는 불황을 타개할 묘안이 안 보인다.
최경환 경제팀이 마련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세법 개정안은 국민의 실질소득과 구매력을 높여 내수를 살리는 게 아니라 기분상 부유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만 노린 꼼수라는 지적에 더해 부자감세 또는 부유층 우대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은 "재원조달 방법조차 불확실한 확장적 재정정책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유도하고 주택가격을 상승시켜 잠깐 부유해진 느낌만 들게 하는 억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세법개정안에 대해서도 "근로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정책 목표로 제시한 가계소득 증대와 연관성이 없다"며 "오히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고액자산가의 배당소득세 깎아주는 부자감세"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수부진을 극복하겠다면서도 정책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은 내수침체를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는 등 원인분석부터 잘 못됐다는 설명이다. 진단이 잘못됐으니까 분석과 결론도 제대로 나올 리 없다는 것인데, 내수 살리기 핵심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세월호 참사 탓에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지만 상반기에는 황금연휴와 월드컵 특수가 있었고 따뜻한 날씨에 나들이 인파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월호 사고 탓에 모든 소비가 줄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짜 원인은 2008년 이후 지속되는 고용·임금 없는 성장"이라며 "외국인과 고소득층 소비를 늘리는 데만 초점을 맞춘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을 근로소득 증대와 중산층 생활안정, 노후소득보장 강화 등을 목표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등 2기 경제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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