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2분기 '침울'..수주 부진에 해양플랜트 손실
2014-08-14 16:32:29 2014-08-14 16:36:4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전세계 조선업을 호령하던 국내 조선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2분기 상선의 수주 부진에,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온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한국 조선업 전체가 격랑에 휩싸였다.
 
한국 조선업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대규모 내수 물량을 바탕으로 최근 2년 연속 선박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조선업 3대 지표에서 한국을 압도하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한국 조선업의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 본질적 이유다.
 
전 세계 조선업 1위 현대중공업(009540)은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37억원, 당기순손실 61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1%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직전 분기였던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5.2% 줄고, 영업손실 폭은 대규모로 확대되며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기조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당일 시간외거래에서 하한가로 직행했고, 올 들어(지난 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23조8825억원) 대비 41.5% 감소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시총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가히 공포 수준이다.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약 5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이었다. 여기에 조선 부문의 선가 하락과 해양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의 공정 지연으로 인한 비용 증가 등이 더해졌고, 환율 악재 영향도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사업부문 별로 보면, 총 8개 사업부문 중 엔진과 전기전자, 정유 사업부를 제외한 5개 사업부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지난 12일에는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재영입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그만한 특급 구원투수가 없다는 평가다. 현장을 잘 아는 만큼 이해도 높은 특단의 대책과 함께 조직 개편 등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경영위기 상황에 대한 임직원들의 공동인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경영현황설명회’를 개최했으며, 6월에는 임원들이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는 등 경영위기극복을 결의한 바 있다. 조선 명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피눈물 나는 사투다.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삼성중공업(010140)은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수주량이 감소하면서 반등에는 실패했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1067억원, 영업이익 2623억원, 당기순이익 20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2%, 8.3% 감소했다. 적자를 기록했던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9.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당기순이익은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1분기에는 이시스(Ichthys) 해양가스처리설비(CPF)와 에지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등 2건의 해양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약 5000억원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경영실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다만 2분기 해양설비를 비롯한 수주난이 계속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였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수주 부진과 원화강세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대규모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내놨다. 시장에서도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 속에 주가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9585억원, 영업이익 1026억원, 당기순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2%, 영업이익은 19.1% 감소했다다. 다만 직전 분기였던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6% 줄고, 영업이익은 27.3% 증가하며 수익성이 회복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가 급감하고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하락했지만 마진율이 높은 선박 인도가 늘면서 전분기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파이프설치선에 대한 충당금 부담이 크게 줄면서 수익성 개선이 보탬이 됐다.
 
한편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서는 개선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가 급증했던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반기에 지연됐던 해양 설비 발주가 일부나마 재개되면서 수주난도 한층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올해 예상 손실을 이미 실적에 반영해 큰 폭의 실적 감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분기부터 저가 수주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2분기 수주부진에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한국 조선업에 비상등이 켜졌다.(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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