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각국의 자동차산업 지원대열에 한국이 드디어 합류했다.
정부가 여러 달 고심한 끝에 2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자동차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세금감면과 할부금융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산업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부품업체를 포함해 경제활동인구의 6.7%인 160만명을 고용하고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방대한 '종합산업'인 자동차산업의 부진을 내버려두면 경기회복은 물론, 무엇보다 고용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평균 100만원대 세금인하+업계 자율할인 구조
이번 대책의 골간은 자동차 구입시 물게 되는 각종 세금의 한시 감면이다.
2000년 1월1일 이전 등록된 차량을 인센티브 정책 발표시점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는 사람(법인)이면 올해 5월1일부터 연말까지 새 차를 구입할 때 국세인 개별소비세와 지방세인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이 모두 70%씩 줄어든다.
현행 승용차 개별소비세는 올해 6월말까지 한시 적용되는 30% 세금감면을 배제할 경우 배기량 1천∼2천cc 이하의 경우 5%, 2천cc 초과 차량은 10%이므로 이 세율이 각각 1.5%, 3%로 줄어들게 된다.
각각 2%, 5%씩의 세율이 적용되는 취득세와 등록세 역시 해당 비율만큼 감소하게 된다.
물론 세금감면은 이 비율대로 무제한 적용되지는 않고 국세는 150만원, 지방세는 100만원으로 감면한도가 정해져있다.
소형차가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대당 평균 100만원대 정도의 세금이 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정이다.
정부는 아울러 실제 자동차 가격이 세금 감면분보다 더 크게 발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들어올 세금을 안받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정부 재원으로 자동차업계를 지원해주는 만큼, 업계도 여기에 걸맞은 '성의표시'가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자동차업체들이 자발적 디스카운트(할인)를 해주면 가격인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차량 가운데 2000년 1월1일 이전 등록된 차량은 548만대로, 정부는 이번 세금감면이 실시되면 이 가운데 5% 가량의 교체수요만 발생해도 신차 수요가 25만∼26만대선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 할부금융사 숨통틔워 수요확대..보조금도 추가여지
세금인하를 통해 수요를 직접 창출하는 것외에 정부는 할부판매 활성화에 힘입어 자동차 수요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할부금융사의 숨통을 터줌으로써 수요를 늘리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시켰다.
직접 수신없이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할부금융사들이 금융시장 경색으로 발행채권을 시장에서 소화시키기 힘들어지거나 비싼 이자를 물게 되면서 자동차 할부구매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할부금융사의 채권을 소화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활용하거나 우체국의 기업유동성 지원자금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사의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유럽 각국이 도입했고 국내에서도 자동차산업 지원안이 거론될 때마다 등장했던 신차 구입 또는 폐차 보조금과 경유차 환경부담금 폐지문제는 일단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거나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의 권한인만큼, 현재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의 논의과정에서 되살아날 가능성도 여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완성차업체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산업에는 보증확대와 인수.합병(M&A) 활성화, 해외판로 확대지원 등의 대책이 마련됐다.
이미 현대차가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상생보증펀드에 이어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은행이 함께 보증기관에 자금을 특별 출연한 뒤 이 재원을 바탕으로한 보증으로 선별된 협력업체에 자금을 유통해주는 '지역상생 보증펀드'가 도입된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 기관투자가가 나서 1조원 규모의 부품.소재 M&A펀드를 조성해 자동차부품 업체의 국내외 M&A를 활성화해 몸집을 키우는 방안, 글로벌 아웃소싱에 나선 미국,유럽의 완성차업체들에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 효과 있지만 업계 자구노력.지자체 세수 등 부담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희망하는 대상 차량 5%선의 교체수요가 발생할지는 미지수지만 수요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는 분석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한화증권 용대인 애널리스트는 "소비세 및 취.등록세 50% 감면을 예상했으나 감면폭이 파격적"이라고 평가하고 "업계에 갈증 해소 역할은 하게 될 것이며 5만∼10만대의 추가 내수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KB투자증권 손명우 애널리스트는 "2분기는 자동차가 성수기로 진입하는 시기이며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신차도 속속 나오게 된다"며 "차 내수시장은 1분기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좋아질 전망이며 세금 인하로 25만대의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산업 지원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는 이들 광범위한 지원대책의 전제조건으로 자동차업계에 정부의 대책에 상응하는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있어 업계가 여기에 얼마나 부응할지가 정책 집행속도의 관건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투적인 노사관계의 유연성을 높이라는 것이 정부의 핵심적 요구다.
이 장관도 "이번 대책은 업계의 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 및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제하에 추진될 것"이라며 정부 대책에 걸맞은 업계의 성의가 없다면 원안대로 시행되지 않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취.등록세의 대폭 감면으로 발생할 지자체의 세수 부족도 우려요인이다.
이에 대해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번 조치의 목적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세수는 경기가 활성화되면 더 늘게 돼있다"고 말해 지방재정 추가대책은 별도로 준비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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