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짧은 가입기간과 낮은 소득대체율로 노후소득 보장에 충분치 않다는 점과 함께 기존 사적연금 제도가 도입된지 10~20년이 지났으나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번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으로 빈곤층에게는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을, 일반 국민에게는 국민연금이라는 기초 안전판 위에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얹어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등 정부가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이 기본적으로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 부담 증가 및 손실 위험 등이 커지는 것은 부작용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사진=기획재정부)
◇2022년 퇴직연금 전면 의무화..소비자 보호장치도 마련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보면, 우선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된다. 정부는 오는 2016년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에 대해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한 뒤 2022년까지 모든 기업에 전면 의무화를 시행할 방침이다.
또 신설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1년 이내에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벌칙 규정도 신설한다. 현재는 2012년 7월 이후 신설된 사업장은 설립 1년 내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되, 도입하지 않을 경우 기존 퇴직금제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간주해 벌칙을 부과하지 않았다.
아울러 30명 이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중기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고, 이 제도에 가입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근속기간 1년 미만의 임시직 근로자도 일정기간 이상 근무할 경우 퇴직급여 가입대상에 포함하고, 근로자의 퇴직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도 최대 3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운용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정부는 확정기여(DC)형·퇴직연금계좌(IRP)의 총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현행 40%에서 70%로 상향하고 개별 위험자산 보유한도를 폐지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예금자 수급권 보호도 강화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연금의 판매·운용·공시 전 단계를 포괄하는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기업파산 등에 따른 근로자 수급권 침해를 막기 위해 확정급여(DB)형 사외적립비율을 100%까지 상향 조정했다. DC형·IRP 적립금에 대해선 추가로 금융기관별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이뤄진다.
◇기업 부담·손실 위험 등 커져..'진통' 예상
하지만 이러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이 말 그대로 '활성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로 기업의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기업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보완장치도 함께 강구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벌써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퇴직연금 의무 도입 확대에 따라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팍팍한 상황에서 기업 부담이 커져 경제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도입하려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경우, 근로자에게 투자상품 선택의 폭을 늘려주고 수익률 제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운용 비용과 손실 위험이 크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운영 부실을 막는 관리 감독 장치와 손실 위험을 고려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울러 정부가 내놓은 수급권 보호장치는 구체성이 결여될 뿐더러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특히 근로자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예금자보호한도를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국가가 보장하는 공적연금에 이어 사적연금이 제도화되면 노후생활보장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제도 변경에 따른 기업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행시기의 완급조절이 필요하고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 등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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