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오는 6월 말 총선이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경제문제가 총선 판세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7일 올해 총선을 당초 예정된 10월 25일에서 4개월 앞당긴 6월 28일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 16일 의회에 제출한 총선 조기실시안은 지난 18일 하원, 전날에는 상원을 통과했다. 올해 아르헨티나 총선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257명 가운데 절반인 127명, 연방 상원의원 72명 중 3분의 1인 24명을 선출하게 된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세계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힘을 모으기 위해 정치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총선 조기실시안을 관철시키는데 성공했다.
올해 아르헨티나 총선은 특히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 정부로부터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부부 대통령 체제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페론정의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당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부에노스 아이레스, 코르도바, 산타페, 멘도사 주 등 유권자 밀집지역에 대거 출마시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총선 결과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사정이 워낙 나쁜 흐름을 보이면서 침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집권 시절 2003년 8.8%, 2004년 9%, 2005년 9.2%, 2006년 8.5%, 2007년 8.7%로 고도성장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성장률은 7%, 올해는 4.9%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발표일 뿐 민간 경제기관이나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6%에 이어 올해 3%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얼마든지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세계경제위기라는 악재는 지난 1월 수출이 지난해 1월 대비 36% 줄어들고, 2월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2월보다 55%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농축산물 국제가격이 20~40% 떨어진데다 수출도 줄어들면서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고도성장세 유지를 위한 정책의 연속성을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농축산물 수출세 인상 조치를 둘러싸고 1년째 계속되고 있는 농업 부문과의 갈등,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감소, 인플레율 상승, 가뭄 사태, 빈곤층 및 범죄 발생률 증가 등이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인플레율의 경우 아르헨티나 정부는 한자릿수를 고집하고 있으나 시장은 올해 인플레율이 2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평가한 인플레율은 2003년 3.7%, 2004년 6.1%, 2005년 12.3%, 2006년 9.8%, 2007년 17% 등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정부의 조세수입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베네수엘라의 오일달러 지원 축소 등으로 인해 아르헨티나가 올해와 내년에 갚아야 할 채무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내년 중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만기 180억달러, 내년 만기 200억달러의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세수는 15% 줄어들었으며,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세수가 지난해 1월에 비해 26.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이 현재 470억달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디폴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으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자신의 말처럼 100년만에 맞은 최대 위기를 무난히 헤쳐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는 사이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07년 말 56%에서 지금은 30% 이하로 주저앉았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연립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의 이탈을 불러오면서 정권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페론정의당을 이끌고 있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치 전문가들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출마할 경우 지지층 결집에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부부 대통령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야권이 결속하고, 경제난에 불만을 터뜨리며 냄비와 프라이팬을 들고 나오는 서민들과 최근 정부와의 화해 파기를 선언하고 파업ㆍ시위로 돌아선 농민들이 표심을 흔들 경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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