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택배시장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의 급격한 성장으로 택배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노리는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도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이른바 무한경쟁 시대다.
특히 우체국에 이어 농협의 시장 진출을 놓고 논란도 커졌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적용받는 민간 택배업체와 달리 우편법이나 농업협동조합법을 따르는 우체국과 농협의 경우, 택배차량 증차에 대한 제한이 없어 불공정 경쟁에 대한 시비도 일고 있다.
4일 한국통합물류협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 택배시장은 연 평균 7.2% 고속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9년 2조7200억원(11억박스) 규모였던 국내 택배시장은 2010년 2조9900억원(12억박스), 2011년 3조2900억원(13억박스), 2012년 3조5200억원(14억6000박스), 2013년 3조7000억원(15억박스) 규모로 성장을 거듭했다.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쇼핑과 홈쇼핑 덕분이다. 온라인쇼핑의 경우 내년에는 대형마트를 제치고 국내 최대 유통채널로 자리할 것이 확실시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국내 온라인쇼핑몰 규모는 3조3532억원으로 대형마트(3조3034억원)를 넘어섰다. 온라인쇼핑몰은 2010년 25조2000억원, 2011년 29조700억원, 2012년 34조700억원, 지난해 38조5000억원 등으로 매년 1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쏟아진 물량 공급에도 택배 단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2009년 2524원이던 택배 평균 단가는 지난해 2476원으로 2%가량 떨어졌다. 택배 평균 단가는 2011년 2534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2012년 2506원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500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택배시장 규모가 확대됨에도 이처럼 단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신생 택배업체의 난립에 따른 저가 입찰의 확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한경쟁에 따른 출혈경쟁이다.
택배업의 경우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운송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물량의 경우 저가로 입찰을 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물량 확보를 위해 단가를 낮추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평균 단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신생 업체들이 연거푸 시장에 진출하면서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최근에는 농협이 택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협의 경우 '농업협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아 차량 증차에 제한이 없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2조 1항에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민간 택배업체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아 차량 증차를 정부에서 제한, 통제하고 있다. 불공정 시비가 이는 대목이다.
택배 차량 증차 제한은 사실 택배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데 차량 증차가 제한되면서 무허가 차량을 택배업에 이용하는 불법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염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대한 호소로 이어졌다.
아울러 골목골목마다 누빌 수 있는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생명인 택배업에서 농협의 탄탄한 기존 네트워크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서 우체국이 전국 우체국을 활용해 택배업에 나선 것처럼 농협도 지역 농협과 하나로마트 등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농협에 이어 롯데도 택배업에 진출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농협과 롯데는 그동안 택배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농협은 지난 2007년, 롯데는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며 물류사업 진출을 노렸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백화점과 홈쇼핑, 편의점, 대형마트 등 거미줄처럼 짜여진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택배업에 진출할 경우 단숨에 시장 강자로 올라설 수 있다. 비용절감 등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물량은 덤이자, 성장 기반이다. 무혈 입성도 가능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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