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우리나라 은퇴자의 대부분이 은퇴자금을 연금보다는 오히려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대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수급자 기준)으로 55세 이상 퇴직자의 98%가 일시금으로 퇴직금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금으로의 전환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물론 금융화·연금화 이전에 연금화 될 수 있는 자산을 현역시절 꾸준히 쌓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자산의 '연금화'를 위한 첫걸음은 국민연금ㆍ퇴직연금ㆍ개인연금 등 ‘3층 연금’에 가입해 최저생계비를 확보하는데서 시작된다.
◇3층연금으로 챙겨도 기본은 한다
우리나라의 3층 노후 소득 보장체계는 크게 3단계로 분류된다. 연금의 특성에 따라 국가 차원의 국민연금을 1층, 기업 차원의 퇴직연금을 2층, 개인 차원의 개인연금을 3층으로 분류해 '3층 노후 보장체계'라고 한다.
국민연금은 연금 설계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법률에 따라 근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고 국가가 운영해 안정적이며 또한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연금액이 상승하므로 연금의 실질가치가 보전된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고 퇴직 시 이를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10년 이상 가입하고 만 55세 이상이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으로 노후준비를 어느 정도 했다면 마지막으로 개인연금에 가입해 3층의 연금탑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개인연금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세제적격 연금보험(연금저축)과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연금소득세가 없는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일반 연금보험)으로 나뉜다.
기본은 3층이지만 견고한 노후를 위해 한 층을 더 쌓는 방법도 있다.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평생 동안 생활비를 연금 방식으로 받는 것이다. 특히 현직에 있을 때 3층 연금에 미처 가입하지 못했고, 가진 것이 부동산 뿐이라면 주택연금을 활용은 필수적이다.
◇한 노인이 은행 창구에서 주택연금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DB)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이고, 주택 가격이 9억 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라면 신청할 수 있다. 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주택 가격에 따라 결정되며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있다. 일단 주택연금에 가입한 다음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매달 받는 연금이 줄어들지는 않는 장점도 있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망 시 주택처분 가격이 그동안 받은 연금액보다 적어도 부족분은 정부가 부담한다"며 "주택연금으로 집값 하락 위험을 헤지할 수 있고 재산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재앙' 막는 비책은 '연금화'
연금제도가 노후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은퇴자금의 분배 단계에서 연금화가 필수적인 과제다. 하지만 일시금 수령방식에서 연금 수령방식으로 '대세'를 바꾸기엔 의식 변화에 앞서 정책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도 퇴직자들이 퇴직금의 연금화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연금개혁을 추진한 바 있다.
퇴직금의 일시금 수령보다 연금 수령 시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가장 효력이 크다는 데 큰 이견은 없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실장은 "지난 2012년 세법 개정으로 종신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4%의 세율을 적용하고 수령 시기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했지만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수령하는 경우와 비교해보면 감면세액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며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종신연금을 수령할 때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호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퇴자의 연금수령방식을 다양하게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일부는 일시금 수령을 허용하되 나머지는 연금으로 전환하는 '부분연금제도'나 연금으로 전환된 퇴직금 중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인출을 허용하는 '프로그램 인출제도'등도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
류 실장은 "사적연금제도가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금재원 분배단계에서의 연금화가 필요하다"며 "사적연금제도의 연금화는 비단 고령화에 따른 개인의 장수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간의 유기적 역할분담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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