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의 숙원이 풀렸다. 현대차그룹이 재계 라이벌인 삼성을 꺾고 한전 부지를 손에 넣게 되면서 그룹을 한 곳에 묶을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의 청사진이 현실로 이어지게 됐다.
현대차는 18일 오전 한전 본사 부지에 대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가액은 정 회장의 적극적인 인수 의지만큼이나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이라는 통 큰 배팅이었다. 막판 경쟁자였던 삼성전자의 입찰가격이 최대 6조원을 상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무리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현대차는 삼표레미콘 부지가 있는 뚝섬에 110층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세우려 했지만 서울시 고도 제한으로 좌절된 바 있다. 이어 한전 부지를 활용, 서울에 있는 계열사를 모두 모아 그룹 타운을 확보하고 자동차테마파크와 컨벤션시설,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을 두루 갖춘 GBC를 조성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이례적으로 사전에 발표하며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 회장은 이번 한전부지 인수를 직접 진두 지휘하며 현안 하나하나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0년 그룹 적통의 정통성이 달린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트라우마가 작용하면서 이번 인수전에서 높은 배팅이 제시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승자의 저주를 연상케 하는 너무 무리한 배팅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현대차 측은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와 제반비용은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각 사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9%(핵심 지역은 10% 이상)에 달했다”며 “10~20년 후를 감안할 때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룹 통합사옥 부재로 인해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보증금 금융비용 포함)가 연간 2400억원을 웃돌고 있다”며 “한전 부지 인수는 단순한 중단기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 건립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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