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현대자동차가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창근 부장)는 18일 2년 이상 현대차 사내하청으로 일한 근로자들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며 낸 두 건의 소송에서 865명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69명의 고용의사 표시 청구권을 받아들였다.
이날 선고를 받은 근로자들은 총 994명으로 이 가운데 934명이 사실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나머지 근로자들은 각하됐다.
재판부는 또 현대차에서 원고들에게 214억4882만원과 16억4927만원 등 밀린 임근 총 230억9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로 현대차는 우선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원고들은 일단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다만 고용의사 표시 청구권이 인정된 원고들은 판결이 확정돼야 현대차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게 된다.
재판부는 "현대차와 원고들이 소속된 각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거나 묵시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사내협력업체와 체결한 도급계약서에 업무와 관련한 합의한 내용을 담지 않은 점과 업무담당 공정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한 점 등을 들어 현대차가 실질적으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구체적인 업무표준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포함해 근무시간·이동속도 등 기초 질서에 관한 감독 지침을 제정해 시행했다"며 "현대차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충을 해결하거나, 이들을 모범사원으로 표창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구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시행될 당시 입사한 원고들은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개정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시행될 당시 입사한 원고들은 현대차에 고용의무 이행 청구권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근로자 지위확인과 고용의사 표시 등 두 가지로 나눠 소송을 낸 이유는 2006년 12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구 파견근로자보호법은 파견근로자로 2년을 일한 다음날부터 근로계약을 인정했으나, 개정된 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일한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이날 판결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0년 8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38)씨 등이 낸 소송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김모씨 등 1568명이 근로자지위를 인정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냈다. 이날 두 건이 선고됐고, 오는 19일 김모씨 등 28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나머지 두 건의 선고가 내려진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현대차와 직접고용계약을 맺는 등 원고 일부가 소송을 취하했다. 이날 소송도 처음 원고로 이름을 올린 근로자는 1285명이었으나, 994명만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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