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상장이 급하지 않은 이유
2014-09-25 17:35:49 2014-09-25 17:35:49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NAVER(035420)가 라인 코퍼레이션의 증시상장(IPO) 계획을 연기한 가운데 그 배경에 업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라인 코퍼레이션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 사업을 운영하는 일본법인이자 네이버의 100% 자회사다.
 
상장을 가정했을 때 기업가치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터라 증권가에서는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네이버는 최근 공시를 통해 “일본 및 미국에서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나 적어도 연내 추진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원래 하반기를 목표로 준비했으나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으며 일부 주주가 동참한 이사회 회의에서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은 “사업과 시장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네이버로서는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 상장의 목적은 대규모 자본조달에 있다. 이와 관련해 라인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만 없다면 올해 무난히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보이며 자금확보에 대한 부담이 적다.
 
손익구조는 상장 시점을 가르는 중요 잣대다. 예를 들면 징가, 링크드인, 그루폰 등 사업 변동성이 큰 벤처기업들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반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은 벤처기업들은 아쉬울 것 없이 기다리다가 충분한 몸값을 받고 공개시장에 들어왔다.
 
설사 라인이 일시적으로 큰 비용을 써야할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모회사인 네이버가 재정상황이 워낙 탄탄해 큰 문제가 없다. 최근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네이버는 자체 현금성 자산에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약 90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두 번째로 짚고 넘어갈 것은 기업가치에 대한 문제다. 블룸버그가 지난 6월 상장설을 보도했을 때 라인의 예상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페이스북에 인수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20조원)보다도 못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용자수가 좀 모자라더라도 성장성과 사업성 모두 라인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즉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가시적 성과를 계속 낸다면 10조원보다 훨씬 더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세계적으로 15년 전 닷컴열품을 연상케 할 만큼 IT산업에 대한 투심이 몰리고 있다는 점도 호재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상장 연기결정을 네이버 주가방어 측면과 연관지어 살펴볼 수 있다. 분할 이후 1년간 네이버 시가총액이 2~3배 이상 뛴 가장 큰 요인으로 라인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라인이 독립한다면 투자자로서는 굳이 네이버 주식을 직접 보유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실제 지난 1달 간 네이버의 주가는 10% 가량 빠진 바 있었는데 증권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라인의 해외상장을 그 이유로 지목했다. 만약 주가가 급속히 빠진다면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낮은 창업자 지분율상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네이버로서는 캠프모바일 등 신사업 전담조직을 통해 또 다른 모멘텀을 만들고 라인 상장을 진행하는 게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 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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