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내가 정말 보이지 않는 거니?"
2014-10-01 16:27:03 2014-10-01 16:27:03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내가 정말 보이지 않는 거니?"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다룬 연극 <투명인간>이 30일 저녁 막을 올린다. 공연에 한발 앞서 이날 오후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투명인간>(강량원 연출·각색)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지난 2010년 제 34회 이상문학상을 받은 <투명인간>(손홍규)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아버지의 생일에 장난으로 시작한 투명인간 놀이가 결국 아버지를 사실상의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내용이다. 아버지의 소외를 통해 가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투명인간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조만수 남산예술센터 극장드라마터그는 "투명인간은 한 사회에서 존재성을 박탕 당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연극은 이러한 시각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시도다. 글을 몸으로 읽은 셈이다. 극단 '동(動)'의 강량원 연출은 "최근 행동의 근원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두고 투명인간에서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려고 했다"며 "환상과 현실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몸을 어떻게 표현할까 배우들과 함께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투명함을 보여주기 위해 무중력 상태와 마네킹 상태의 몸 동작은 물론 핸드헬드 기법까지 신체언어화 하는 등 독특한 무대 언어를 선보였다. 핸드헬드는 휴대용 카메라를 이용해 바짝 붙어 촬영하는 카메라 기법이다. 이를 통해 배우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은 ▲놀이에 불과했던 투명인간 ▲사회적으로 존재가 지워지는 모습 ▲투명인간이 된 사람의 외로움과 무기력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진짜로 내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놀이를 그칠 생각이 없는 가족 구성원의 태도에 자신이 투명인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아버지(김석주)가 와인 코르크를 입에 물고 담배를 피우는 시늉을 하는 장면은 우스꽝스럽지가 않다. 평소 하고 싶었던 장난스런 행위를 투명인간이 된 김에 마음껏 하는 것 같다. 딸(신소영)이 "내 방에 들어오지 말랬잖아"라며 비명을 지르는 장면에서는 투명인간 놀이를 하기 전에도 가족들은 아버지를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족에게 쌓여 있던 문제는 이 투명인간 놀이를 끝낼 수 없게 한다. 결국 가족은 외면했던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처음에는 아들(강세웅)의 시각으로 아버지를 보던 관객들은 연극 결말에 이르러서는 아들 대신 투명인간인 아버지의 절규를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투명인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 가운데 하나인 소외, 고독, 관계를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것을 배우들의 몸짓과 결말부의 '스타카토식 외침'을 통해 온전히 이해하기는 조금 벅찬 것이 아쉬움이려나. 
 
내달 19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투명인간>은 남산예술센터와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전석 2만5000원, 청소년과 대학생은 1만8000원이다. 관련문의는 남산예술센터(02-758-2150).
 
◇연극 <투명인간>.(사진=서울문화재단)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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