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보험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 있습니다. 자본조달을 할 때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때도 은행이나 타 금융권에 비해 차별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생보사 대표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아니 왜 보험사 대표가 객석에서 손을 들지?"라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그는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보험업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문제는 개인들이 일반적으로 '보험'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발언한 보험사 대표의 안타까움에도 보험업계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은 그다지 곱지 않아서다.
마지못해 가입하고 낼 때마다 괜한 돈을 내는 것 같기도 하다. 보험금을 받을 때는 항상 보험사와 싸울 준비를 해야 할 것만 같다. 때문에 보험이라면 드러내놓고 반감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구 10명 중 9명 보험 가입..만족도는 '최저'
국내 보험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지난 2012년 현재 수입보험료 1393억달러로 세계 8위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비율은 12.1%로 세계 5위 규모이며, 국민 1인당 보험료는 2785달러로 세계 20위 수준이다.
보험회사 수입보험료는 2012년 현재 업권별로 생보사 115조309억원(62.7%), 손보사 68조549억원(37.3%) 수준이다. 총 자산규모는 생보사 569조8366억원, 손보사 156조4614억원이다.
2014년 현재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7.5%, 개인별 보험가입률은 93.8%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1건 이상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 이 정도면 세계 탑클래스다.
그러나 보험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가 발표한 '2014 세계 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만족도는 조사대상 30개국 중 꼴지였다. 보험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15%에 불과해 러시아(20%)와 중국(16%)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 구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소비자 민원 증가세..'보험사기' 갈수록 교묘해져
소비자 민원이 늘고있는 데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보험사기 역시 보험사들에게 부담이다.
금융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 민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의원(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권역별 금융민원' 현황에 따르면 금융민원은 2012년 7만6827건, 2013년 7만8008건으로 늘었고 올 상반기 현재 4만454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 3년간 권역별 민원현황(자료=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제출자료)
전체 금융민원 가운데 보험사 민원이 51.2%로 절반을 차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은 계약 관련해서 상품설명이 제대로 안된 불완전판매와 지급과 관련한 민원 등이 주류를 이루는데 보험사기는 특히 생계형 범죄가 많고,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조직화되면서 피해 액수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286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2% 증가했다. 허위·과다입원한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 69.8% 증가한 320억원을 기록했고, 고령자·무직자 등의 생계형 보험사기도 늘었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역마진..장수리스크 우려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저성장에 따른 역마진 우려감도 높다.
저금리에 따른 투자수익 저하 등으로 보험회사의 운용자산이익률(4.5%)이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4.9%) 보다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생보사의 경우 5.0% 이상 고금리 확정이율 계약의 비중이 지난 6월말 현재 140조6000억원으로 33.1%를 차지해 금리역마진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저금리가 장기화된 일본의 경우 지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중소형사 7개사가 파산하기도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채권 투자비중이 53%가 넘는 보험사는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이 심화할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에 걸맞은 보험사들의 역마진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사는 위험을 뜻하는 '장수리스크(longevity risk)'에 대한 위기의식도 높다.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사망률이 개선되면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지급액도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내년부터 장수리스크를 위험기준자기자본(RBC)비율 산출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위험요인이 상존한 가운데 재무건전성 규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확충이 시급하다"며 "보험사 자체적인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하고 리스크(위험)를 전가시키는 기법을 좀 더 선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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